[기고]'부러진 화살'의 교훈

입력 2012-02-08 10:51 수정 2012-02-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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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요즈음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해 많은 논의와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왜 이렇게 일반 대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까. 이러한 현상을 현재의 시대상황과 대비해 살펴보면 여러 원인 중에서도 새로운 가치에 대한 사회적 수요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사법 분야에 있어서도 드디어 사법소비자의 실질적인 보호라는 범사회적인 수요가 발생한 것은 아닐까.

과거 재판절차에 있어서 일반국민은 당사자이지만 사법소비자라는 측면보다는 단지 국가권위의 대상자라는 객체적인 측면만이 부각된 것이 사실이다. 행정분야에 있어서 편의행정은 엄청난 비판을 받아 거의 사라지고 있으나, 사법절차에서 사법편의적인 절차는 많이 남아있다. 법원만이 모든 사법권을 장기간 독점함으로써 어쩌면 스스로 안주해 개혁되지 아니하고, 여전히 권위적으로만 남아있는 폐단은 없는 지를 한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부러진 화살'은 혹시 이러한 사법소비자인 일반국민이 가지는 현 사법제도의 절차와 운영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고, 이에 일부 공감을 하는 수많은 사법소비자들의 공감대의 표출은 아닌지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아직까지 사법분야에서는 사법소비자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거나 진지한 논의조차 되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재판진행과정에서 사법소비자에 대한 소비자권리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 법원에서의 재판진행과정에서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나는 언행이 신문지상에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사법소비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의 기본권에 대한 존중이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비록 판사에게 재판진행에 있어서 소송지휘권을 가지고는 있으나 이는 운동경기에서 심판이 가지는 진행에 관한 일반적인 권리에 불과하므로 이를 발휘함에 있어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부러진 화살”의 경우에 다소 과장되거나, 사실묘사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지는 모르나, 이러한 영화가 엄청난 사회적인 관심과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사법분야에서 현행 사법제도가 가지는 분쟁해결제도의 절차 및 운영에 있어서 미흡한 점이 있음을 제기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사회수요가 다양함에 따라 사법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법원에 의한 분쟁해결만이 아니라, 법원이 아닌 다른 대체분쟁해결방안(ADR)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참고로 대체분쟁해결방안 중의 하나로 일반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중재제도다. 예를 들어 살펴보면, 그 절차적인 면에서도 비용이 저렴하고, 신속하고, 심리절차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그 판정 역시 엄격한 법논리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상식에 기초한 판정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 장점이 많다. 또한 사법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하여 당사자가 신속중재를 원하는 경우에 미리 서면 등의 검토를 거쳐 원칙적으로 심리기일 1회 만에 의하여 그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등 사법소비자의 수요에 좀 더 부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꾸준히 사법소비자의 기본권 내지 수요에 부응해 변신을 도모하는 대체분쟁해결기구가 종국에는 더 경쟁력이 가진다고 본다면 향후 사법적 분쟁해결의 합리적인 모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중재제도가 여전히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재를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간에 중재해결에 대한 서면합의가 있어야 하고, 또한 분쟁의 성격에 의한 제한이 있어서 그 어려움이 있으나, 향후에는 범국가정책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대체분쟁해결기구 및 방법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것이야 말로 국민인 사법소비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째든 현재의 사회적인 분위기는 전통적인 자본주의의 가치관의 단순한 변화를 넘어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사법분야에 있어서도 특정기관만의 독점이 아니라 좀더 다양한 대체분쟁해결기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상호자유경쟁에 의하여 사법수요자 내지 사법소비자의 권익이 좀 더 존중되는 방향으로 대체 분쟁해결기구의 합리적인 모색과 기존 분쟁해결기구의 자성적인 노력이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좀더 활발한 관심와 논의를 기대해본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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