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특허전쟁]"괴물과 맞서라"…칼날 공격·철통 수비 '특허 전사' 육성

입력 2012-02-03 10:22 수정 2012-02-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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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기업 사활 건 총력전-삼성·현대차·LG 등 전문인력 확보·교육 활성화 전력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의 특허팀 인력은 60명이 조금 안 된다. 적은 인력이지만 미국 로펌 등과의 협력으로 특허괴물 램버스와 11년간 이어진 소송전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작지만 강한 조직에서 앞으로는 규모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SK텔레콤이 실사 과정에서 하이닉스의 특허 인력을 더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간 특허 분쟁 양상이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특허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특허전문가 영입·양성, 조직 보강 등을 통해 글로벌 견제세력에 대한 수비(특허 소송 방어)와 공격(선제 특허 소송)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전자·IT기업, 특허전사 양성에 사활= LG디스플레이는 조만간 총 두 자릿수의 변호사를 뽑을 예정이다. 모집분야는 △지적소송 △특허소송 △특허라이선싱 등이다. 현재 200여 명 수준인 특허 전문 인력을 오는 2013년까지 30% 이상 늘릴 계획을 갖고 있는 LG전자도 올해 특허 인력 보강에 나선다. 특히 올해는 국내 로스쿨 졸업생이 처음 배출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채용도 있을 전망이다. 특허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춘 전문 변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국 퀄컴에서 특허전문가로 활약했던 한인 변호사 유병호 씨를 상무급으로 영입, 최지성 부회장 직속 조직인 IP(지적재산권)센터의 기술분석팀에 배치했다. 유 상무는 지난 2008년 퀄컴이 세계 1위 휴대폰 회사인 노키아와 3년이 넘는 특허권 분쟁을 벌일 때 퀄컴의 승리를 이끈 주역이다.

유 상무가 배치된 삼성전자 IP센터는 엔지니어 출신의 미국 특허변호사 안승호 부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라이선싱과 특허매입 강화 등 공격적인 특허전략에 나서기 위해 지난해 말 임명됐다. 현재 IP센터 구성원을 포함해 특허 관리 인력은 450여 명에 달한다. 2005년 250명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전세계 특허전쟁에 나설 특허전사 육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개설한 ‘IP 칼리지’는 LG전자를 비롯한 그룹 내 9개 계열사의 특허담당자들을 세계 최고의 특허전문가로 키우는 중책을 맡았다.

LG전자 특허센터장 이정환 부사장은 “세계 최고의 특허경쟁력 확보를 위해 각종 특허 전문교육과정 활성화는 물론, 특허 전문인력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글로벌 특허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특허전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이정환 LG전자 특허센터장(부사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모습.
◇자동차·화학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 자동차 업계도 특허열풍이 거세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그린카 시대’를 맞아 치열한 특허경쟁이 확산되자 이에 대비한 특허전사 양성에 들어간 것. 특히 현대차그룹은 남양기술연구소 내 특허팀을 특허실로 격상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허실 격상은 정몽구 회장이 직접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의 의지 외에도 조직 내부에서 특허전쟁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준비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고 알려졌다.

석유·화학 기업도 특허 조직 강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등 차세대 성장동력에서 특허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와 SK는 미래 핵심사업인 2차전지 기술 특허를 놓고 맞붙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특허 중요성에 대한 인식 기반아래에 사내 특허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사내 신규 연구 개발 시 특허 전담 조직에서 사전에 연구와 관련된 특허를 조사해 특허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중복연구를 방지하고 특허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 연구원을 대상으로 분기 1회 이상 정기 교육 및 수시교육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신입사원과 경력사원까지 교육 범위를 넓혀 전 구성원이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글로벌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전사적 특허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제품개발 단계부터 최종 사업화 단계까지 특허이슈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 신사업분야와 관련된 특허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특허부문 내에 미국 특허변호사, 변리사 및 각 기술 분야별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육성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특허관련 역량 강화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中企, 정부지원·자구책으로 시너지= 이처럼 거대자본이 확보된 대기업은 특허 경쟁력을 위해 안정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실탄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특허 분야에 대한 투자까지 손을 뻗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특허 분쟁에서 적나라하게 취약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중소·중견 기업을 위해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특허청은 중소·중견기업 등 국내 취약 기업의 지적재산권(지재권) 보호를 강화하고 공정한 보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내외 지식재산권 보호 지원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국제 분쟁에서 상대적으로 대응 여건이 불리한 중소기업을 위해 ‘맞춤형 지재권 법률 컨설팅’ 서비스 를 제공한다.

특허 분쟁으로 인한 비용 지출의 사전 대비를 위한 보험 사업도 운영된다. 특허청은 중소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지재권 소송보험 사업을 추진, 가입 시 보험료의 70%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대기업과의 소송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을 위해 무료 분쟁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팀 관계자는 “이 과정에는 산업재산권 확보 관련 서류를 작성을 비롯해 심판 등의 분쟁을 겪고 있는 경우 및 침해 관련 민사소송 분쟁을 겪고 있는 경우에 대한 대리 역할 및 소송지원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 지원책을 통해 특허 전략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 자체적으로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DHL 국제특허법률사무소 이두한 변리사는 “정부에서도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특허 비용, 컨설팅 등 폭 넓게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스스로도 더 좋은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그런 노력이 정부 지원책과 병행돼야 더 좋은 특허 기술이 나오는 등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기술과 해당 사업분야를 잠식하는 사례가 많다”며 “해외 선진국과 같이 중소기업의 좋은 기술에 대해 대기업이 정당하게 로열티를 지불하며 협업을 진행하는 등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한 제도도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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