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중독 보고서④] 4월 총선에 정치 채널 호황…'묻지마' 극단주의 저널리즘

입력 2024-03-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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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언론 외 다양한 시각 장점이지만
자극적이고 편향된 콘텐츠 우후죽순
가짜 거르는 표준 가이드라인 시급

#김 모(66) 씨는 60세까지 꾸준히 구독했던 신문을 끊었다. 신문 대신 유튜브 정치 동영상을 시청한다. 김씨가 유튜브 정치 동영상을 시청하게 된 계기는 주류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정보들을 유튜브 정치 채널에서 내보내기 때문이다. 특히 김 씨는 속 시원하게 할 말 다해서 유튜브 정치 채널이 마음에 들었다. 김 씨는 “평생 신문을 읽었지만 내가 알고 이슈를 내 시각에 맞춰 쉽게 해설해주는 건 유튜브라고 생각한다”며 “어차피 모든 언론은 보수적으로 편향됐기 때문에 보기 싫어진다”고 말했다.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 유튜브 채널이 때아닌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유튜브 정치 채널은 정치적 성향이 있는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이슈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정치에 참여하는 형태로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정치 유튜버는 기존의 주류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정보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다는 장점도 있지만, 쉽게 극단적이거나 오정보에 가까운 편향된 정보를 전파하는 경향을 보인다.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특정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정보보단 자극적인 콘텐츠가 더 손쉽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 유튜브 채널 중에서는 마치 공천관리위원회처럼 의원 평가를 한다. 얼핏 보면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공약 평가로 보이지만, 특정 정당이나 계파를 타깃으로 악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한다. 부정적인 키워드를 제목이나 ‘썸네일’에 넣어 해당 인사의 모든 면을 나쁘게 평가하도록 유도하는 콘텐츠도 많다.

예를 들어 구독자 수 90만 명대인 친민주당, 친명 성향의 A채널은 최근 현역 의원에 대한 공약 평가 영상을 제작해 내보냈는데, 평가 대상이 된 의원은 여당 소속이거나 야당이어도 ‘비명’(비이재명)계였다. 비명계 정치인 동영상 썸네일에 ‘지역구 거덜 난 XXX’, ‘관종행위 몰두한 XXX 지역구 공약이행 탐방’ 등 부정적인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면 친명계로 분류된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선 ‘천재형’, ‘기적을 써내려가는’, ‘클라스가 다른’ 등 긍정적인 키워드로 묘사돼 있었다.

보수 성향의 구독자 180만여 명의 B채널 역시 야당 인사에 대해 평가를 한 동영상을 내보내면서 썸네일이나 동영상 내에 ‘피범벅’, ‘발칵 뒤집혔다’, ‘난리 났다’, ‘부들부들’ 같은 부정적인 키워드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이 밖에도 총선 예비후보 검증을 넘어 인터뷰를 가장한 선거운동도 쉽게 볼 수 있다. 구독자 24만여 명의 C채널은 주로 친명계 총선 도전자들을 출연시키면서 ‘이재명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정체성을 검증하기도 한다. 일종의 사상검증이다. 또한, 예비후보들을 ‘줄을 세우게’ 하면서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이를 통해 구독자를 확보하거나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정치 영업’ 형태를 띠기도 한다.

유튜브 등 SNS에서 정치 콘텐츠에 노출될수록 이용자들은 기존의 정치 신념이 강화되는 ‘태도극화’로 쉽게 이어진다. 태도극화란 그동안 고수했던 정치 성향이나 사상, 생각이 더욱더 강해져서 설득 효과가 낮아지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태도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지목한다. 유튜브 상에서 추천 영상으로 노출되는 콘텐츠는 이용자의 성향을 그대로 따라가는 구조다. 쉽게 말해 특정 정당을 비판하는 콘텐츠를 보면 비슷하거나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추천하는 구조다. 결국, 특정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관심도가 높은 이용자가 선택적인 정보에 노출될수록 태도극화가 심해진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이 같은 태도극화는 보수나 진보 등 이념을 구분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2022년 성인남녀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튜브 정치 동영상에 대한 선택적 노출과 정치적 관심도 등을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76.1%가 자신의 정치 성향에 맞는 동영상을 선택해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52.4%), 보수(47.6%)로 비슷하게 나뉘었다. 또한, 유튜브 정치 동영상을 시청하는 사람 중 71.1%가 정치적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유튜브 정치 채널 이용자들이 태도극화로 이어지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합리적인 의견 교환이나 합의가 어려워진다. 또한, 계층과 집단, 지역 간 갈등을 불러일으켜 숙의 민주주의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이에 대해 유튜브 측은 ‘잘못된 선거 정보 관련 정책’에 따라 유권자 투표 방해, 후보자 자격 요건과 관련된 허위 사실 유포, 민주적 절차를 방해하는 선동, 선거 공정성 등을 해치는 콘텐츠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5년간 유튜브에 시정을 요구한 건수는 최근 5년간 총 1만1975건에 달했다. 특히 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22년 한해에만 시정요구가 5083건에 달할 정도로 선거철 문제적 유튜브 콘텐츠가 많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정치는 공공의 영역이고, 유튜브는 공론의 장을 조성해야 하는데, 현재 대다수 정치 유튜브 채널들은 국민의 건전한 여론 형성보다는 편향적인 여론을 형성해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짜뉴스가 양성되지 않도록 하거나 사실이 아닌 콘텐츠를 거를 수 있는 내부 장치를 마련해 이를 통과한 유튜버들만 채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튜버가 건전하게 채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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