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구석기시대의 삶 ‘알타미라 동굴’

입력 2023-10-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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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브리아(스페인)=장영환 통신원

유럽 생활이 한국과 다른 점은 무엇보다도 육로로 국경을 넘는다는 것이다. 며칠 시간을 내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보기 위해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 지역을 다녀왔다. 포르투갈 코임브라에서 알타미라 동굴까지는 약 660km.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부산을 갔다가 다시 대전까지 올라오는 거리다.

3만6000년 전부터 구석기 인류가 생활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알타미라 동굴은 1만3000년 전 산사태로 입구가 막히면서 일종의 타임캡슐이 됐다. 1868년에 동굴이 발견됐고 1879년 고고학자 마르셀리노 산즈 데 사투올라와 그의 딸 마리아가 동굴을 탐험하던 중 딸이 천장의 벽화를 찾아냈다.

알타미라 동굴은 벽화가 유명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찾아왔고 이들이 내뿜은 이산화탄소로 내부 온도가 상승해 그림이 훼손되자 2000년대 초부터 알타미라 동굴 박물관에 복제동굴을 만들어 관람객을 받고 있다. 비록 복제품이지만 박물관 측에서는 초정밀 레이저 측정으로 동굴과 벽화를 0.1mm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만들었고 당시에 썼던 재료들로 색을 칠했다고 자부심이 대단했다.

어둠이 깔린 복제동굴 내부에 길게 이어진 지그재그 경사로를 내려가다 보면 군데군데 발굴 현장을 재현한 세트, 벽화를 그릴 때 썼던 도구, 구석기인들의 생활상 등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경사로 끝에 다다르자 사투올라와 마리아의 심장을 마구 뛰게 했을 1만8500년 전의 그림<사진>이 나타났다.

천장 가득 빼곡하게 자라 잡은 동물들. 눈을 부릅뜬 들소, 멧돼지는 아직도 거친 숨을 내쉬는 것 같고 말과 사슴은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기세다. 사람들의 공격을 받았는지 상처입고 웅크린 들소는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림들은 붉은색 황토색 검정색 등으로 채색됐는데 눈이며 뿔, 갈기까지 사실적이다.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는 알타미라 동굴을 방문한 후 “1만5000년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았다”며 구석기인들의 미술 기법에 놀라워했고, 초현실주의 미술가 호안 미로도 “회화는 동굴시대 이후로 쇠퇴해왔다”며 그들의 예술성을 높이 평가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이어갔던 창작의 열정. 위대한 미술가들이 태곳적 선배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경의와 찬사는 다 이유가 있다.

칸타브리아(스페인)=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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