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폭풍에 드러난 증권사 ‘빈부격차’

입력 2022-10-24 15:54 수정 2022-10-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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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 속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가 촉발한 ‘돈맥경화’ 공포가 자금시장 전반을 덮쳤다. 수면 위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증권가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시장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사 간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중이 높고, 유동성 규모는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확률이 대형사보다 높기 때문이다.

24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26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는 39%로 추산됐다. 대형 증권사로 추려보면 삼성증권 39%, 키움증권 24%, NH투자증권 23%, 미래에셋증권 20% 순이었다. 나머지 22개사 평균은 46%로 집계됐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채무보정을 유동성부채로 간주했다고 가정하면 증권사별 조정 유동성비율은 101~112% 사이에 위치하고, 가중평균은 107%”라며 “부동산 PF 관련 우려는 자본적정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유동성의 문제다. 개별 증권사 차원에서 보면 유동성은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주식 투자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유동성 확보의 길을 텄고, 올해 들어서도 선제대응 차원에서 꾸준히 현금성 자산을 쌓아놓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미래에셋증권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조3055억 원이다. 지난 한 해 현금성 자산 규모(3조7966억 원)와 엇비슷하고, 2020년(1조6908억 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편인 삼성증권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2020년 2조8705억 원에서 2021년 3조2441억 원, 올해 상반기 3조4788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현금성 자산을 늘렸다. 하이투자증권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7631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7055억 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BNK투자증권(2419억 원→4646억 원), 다올투자증권(4613억 원→7730억 원) 등도 현금성 자산이 늘었다.

다만 대형사들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규모는 작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는 코로나19 이후 주식 투자 활성화 수혜로 쌓아놓은 현금이 많아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확률은 낮다고 본다. 그러나 브로커리지(위탁매매)보다 부동산, IB(기업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중소형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중소형 증권사들의 IB 의존도는 대형사보다 높다. 한국신용평가는 2020년 말과 올해 3월 말을 비교했을 때 대형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1조1000억 원 증가하는 동안 중소형사는 2조8000억 원가량 늘었다고 분석했다.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당국의 여러 조치에도 시장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역력하다. 자금난의 근본적인 원인을 ‘고금리’로 보고 있어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으로 시중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자금 경색이 발생한 만큼 당국의 대응이 상충되는 문제는 향후에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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