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의 異見] 강하면 부러진다

입력 2019-11-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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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읽었던 이솝 우화 중 '해와 바람'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서로 힘이 더 강하다고 다투던 해와 바람이 지나가던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 내기에 나서는 내용이다. 결말은 잘 알려진 대로 바람은 강한 돌풍으로 나그네의 옷을 더욱 여미게 만들었지만 해는 따뜻한 햇살을 통해 나그네의 옷을 벗겨 내기에서 이겼다는 것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교훈을 얻을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얻는 교훈은 '강압보다는 때론 설득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을 보면 '해와 바람'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규제들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은 누를수록 더 튀어 오르며 ‘규제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열흘 전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지역을 발표했지만 집값은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일부 지역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분양가 상한제 적용 예상 지역이었으나 막상 발표에서는 제외됐던 과천의 경우, 발표 이후 집값 상승률이 2배에 달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지역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의 집중 타깃이었던 강남4구(서초·송파·강남·강동구)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이후 되려 집값 상승폭이 커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벌써 분양가 상한제 정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물론 정부는 아직 판단을 내리기에는 성급하다고 항변한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는 데 두 달 가량이 걸렸다며 올해 연말께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정책이 나온지 이제 2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실패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정부의 주장대로 올 연말, 아니 내년 초까지라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실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집값에 내집 마련이 간절한 개인적인 바램에서라도 이번 대책이 효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시장은 분양가를 때려잡는다고 잡을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싸게 분양된 아파트를 보고, 금세 주변 시세만큼 오를 것이란 기대에 '로또 청약'이 판을 치는 시장이다.

그런데 정부는 또 다시 과열 조짐이 보이는 지역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추가 지정을 검토한다고 한다. 앞선 여러 정책들로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해법이 규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정부는 규제를 통해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모습이다.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규제가 가해질수록 수요자들은 '똘똘한 한 채'를 꼭꼭 감싸며 돌풍에 맞서고 있다. 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까지는 규제에 앞서 설득과 기다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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