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숙의 참견] 아·태 여성과학기술인 미팅에 다녀와서

입력 2019-10-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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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 신소재공학부 초빙교수

9월 말, 히말라야 트레킹으로 우리들에게 더 잘 알려진 네팔의 카트만두를 다녀왔다. 난생처음인 네팔로의 여행은 세계 최고봉을 자랑하는 에베레스트산 등반이 아니라 네팔여성과학기술인 단체에서 개최한 ‘2019 세계여성과학자네트워크(INWES) 아시아·태평양지역 여성과학기술인 네트워크(APNN) 미팅’에 한국의 여성과학자로서 참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INWES는 60개국 이상의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STEM) 분야 전문직 여성들로 구성된 비정부기구(NGO) 단체로 전문가와 조직들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하여 전문직 여성과 학생들의 교육, 채용, 유지, 발전을 장려하고 개인·단체·기업의 역량 강화 및 STEM 관련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2003년 캐나다 법에 따라 비영리 법인으로 설립되었다. 2005년 서울 이화여대에서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주최한 제13차 국제여성과학기술인콘퍼런스(ICWES)를 시작으로 한국 여성과학기술인의 위상을 강화하여, 현재 이 단체의 회장과 주요 이사들이 한국의 여성과학기술인으로 구성될 만큼 중심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문 여성과학기술인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세계의 여성과학기술인들을 위한 정책 제안과 입안, 소통, 학회 개최 등의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2008년 이후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실질적 활동 강화를 위한 지역별네트워킹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11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개최된 ‘ICWES 15’에서 최초의 지역네트워크인 아시아·태평양 지역네트워크(APNN, Asia-Pacific Nations Network)를 결성하게 되었다. 2009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여성과학기술인 학술대회(BIEN 2009)에서 최초로 제안된 아시안 네트워크는, 그 범위를 태평양 지역까지 확장하여 APNN으로 발전하였다. 그 당시 대회장이었던 필자는 이번 네팔 APNN 미팅에 참가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아프리카, 유럽, 및 중동·북아프리카 지역네트워크로 확장되어 온 여성과학기술인 네트워킹에 보람과 가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일정에 맞추다 보니 직항 이용이 어려워 중국 광저우를 경유하는 바람에 14시간이 걸려 네팔의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소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을 연상시키는 규모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입국에 필요한 비자는 미리 인터넷을 통하여 사전정보를 입력한 터라 도착 후 온라인 접수증을 가지고 비자 수수료 창구에서 비용을 결제하였다. 비자 영수증을 입국심사대에 제출하니 입국이 허가되었다. 달러와 네팔 루피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으나 결제창구에서는 무조건 달러로만 수수료를 받았고 거스름돈도 지불하지 않는 당당함을 접하며 이 나라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많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박5일 일정 중 첫날은 카트만두의 상카호텔에서 개최된 ‘International conference on Women in STEM’에 참석하였다. 서울보다 3시간 정도 느린 시차로 아침 일찍부터 콘퍼런스에 참가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네팔의 여성과학기술인 단체가 주최한 이번 제8회 APNN 미팅에는 낯익은 아시아의 여성리더들을 포함하여 한국을 비롯한 호주, 방글라데시, 인도, 말레이시아, 미안마, 대만, 일본, 네팔, 뉴질란드, 몽골,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타이완, 베트남 등 16개국에서 온 60여 명의 여성과학기술 리더들이 참석하였다. 처음 APNN이 시작되었던 때와는 확연한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10~20분 간격으로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으로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여성 과학기술인들과 엔지니어들이 STEM 분야의 글로벌 리더 활동에 대한 지식, 경험, 모범사례, 정책 등을 발표하고 토론·공유하는 장이 저녁시간까지 이어졌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받고, STEM 분야 대표성 및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각 나라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관련 의견을 전달할 것도 함께 논의하였다.

둘째 날 ‘APNN 회원국 연차 미팅’에는 동행한 한국의 여성과학기술인들과 함께 참석하였다. 한국의 여성과학기술인 정책과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1993년 창립된 이후 26년 동안 여성과학기술인의 지위 향상 및 역량 제고를 위해 노력해 온 성과를 윤혜온 회장이 발표하였다. 네팔과의 과학기술연구 협력 및 정책교류 협력을 위한 양국 여성과학자들의 협력 네트워킹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신의 보호를 받는 땅’이라는 의미의 네팔은 한반도의 약 70% 정도 면적에 인구는 대략 3000만 명 정도로 인도, 중국, 부탄, 방글라데시에 둘러싸여 있는 내륙 국가다. 전 인구의 90%가 농업에 종사하며 종교는 대부분 힌두교를 믿고 있으며 토요일이 공휴일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1000달러 남짓으로 우리나라의 1970년대 수준이다. 수도인 카트만두 시내의 생활환경도 1970년대의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한다. 거리에 줄지은 낡은 자동차들과 오토바이의 행렬이 내뿜는 매연과 먼지에 목이 아플 정도였으나 현지인들의 모습은 마냥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였다.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국 어린이의 행복지수가 네팔보다 낮다고 하니 가진 것의 많음이 행복의 정도를 좌우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네팔의 여성과학기술인들은 기술과 공학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으며, 95%가 넘는 인구가 힌두교도임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클 것이라 생각했던 선입견과는 달리 미팅에 참가한 여성들은 모두가 제 자리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었다.

이번 여성대표들과의 만남은, 아시아의 여성인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여성과학기술인 정책 및 육성, 지원 활동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함을 숙제로 남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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