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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물] 정재완 KIEP 선임연구위원 “신남방 기업들, 한국 외 대체재 찾을 것”

입력 2019-08-22 19:44

▲정재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신남방경제실 선임연구원.
▲정재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신남방경제실 선임연구원.
한국은 가치사슬(밸류체인) 면에서 신남방 국가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은 한국이 원부자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인 데 반해 동남아시아 등 신남방 국가들과의 교역은 한국에서 신남방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원부자재를 수출하고, 이들 기업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현지 내수시장에 공급하거나 다른 국가에 재수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한국 내 원부자재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신남방 국가들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대체 수입처를 찾아야 한다. 이 경우 국내 기업은 물론, 신남방에 진출한 한국 기업, 이들 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28일)을 앞두고 우려가 증폭되는 배경에도 이런 교역구조가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동남아 전문가인 정재완 신남방경제실 선임연구원은 21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국내에서 생산이 줄어 신남방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원부자재를 원활히 공급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들은 대체 거래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계약은 신뢰관계에 기반하기 때문에 한 번 거래처를 바꾼 기업이 하루아침에 국내 기업과 다시 계약하기 어렵고, 그 충격은 한·일관계가 정상화해도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수출 거점으로서 신남방 =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10개국과 인도를 의미하는 신남방은 수출의 최종 도착지보다는 다른 국가들로의 수출을 위한 거점 성격이 짙다. 국내에선 원천기술을 활용한 핵심부품을 만들고, 신남방에서 낮은 노동비용을 활용해 완성품을 만들어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현지에서 부품까지 생산하면 생산비용이 더 낮아지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 선임연구원은 “동남아는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로컬기업도 거의 없다”며 “로컬기업으로부터 핵심부품을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지 기업이나 현지에 진출한 제3국 기업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은 국내 삼성전자 공장으로부터 반도체를 수입해 스마트폰 완성품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마트폰은 베트남 현지 소비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으로 수출된다. 베트남에 진출한 협력업체들도 한국으로부터 핵심부품을 수입하고 가공해 삼성전자에 납품한다.

이런 교역구조로 인해 한국 전자부품·장비의 신남방 국가에서 비중은 높은 수준이다. KIEP가 최근 발표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와 신남방 지역 영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 전자부품·장비는 부가가치 기준으로 신남방 국가 전자부품·장비 최종생산의 0.06~2.72%를 기여했다. 기여율은 베트남(2.72%)이 가장 높고, 규모는 싱가포르(약 10억 달러)가 가장 컸다. 한국산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ELD)를 부품으로 하는 스마트폰 생산 확대가 1등 공신이다.

◇일본 수출규제, 신남방 정책 영향 불가피 = 28일로 예정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시행이 이런 교역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일본에서 핵심소재를 수입해 부품으로 만들고, 이를 신남방 지역에 수출한다. 한국에서 소재 조달난으로 반도체와 OLED 생산이 감소하면, 이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원부자재 조달난으로 이어진다. 신남방 국가 현지에 핵심부품 생산시설을 만들어 일본으로부터 직접 원자재를 수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결국 현지 기업들이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핵심부품 수입처를 바꿔야 한다.

정 선임연구원은 “부품 시장에서 현물시장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중장기계약에 따라 납품이 이뤄진다”며 “국내 기업들의 부품 생산량이 회복됐다고 해서 현지 기업들이 다시 국내 기업으로 거래처를 옮긴다면 신뢰관계가 사라지기 때문에 다시 조달 문제가 불거졌을 때 거래처를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탈일본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일본과의 신뢰관계가 있다”며 “또 이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되도록 일본 기업을 기피하고 핵심소재를 자체 조달하거나 다른 거래처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계적 중립 아세안, 아군 만들기 어려워 = 그렇다고 아세안 국가들을 우리의 아군으로 만들어 일본을 압박하기도 쉽지 않다. 베트남을 제외하곤 일본에 더 우호적인 국가가 대다수다. 일본이 공적개발원조(ODA)를 쏟아붓는 과정에서 자동차 등 핵심시장을 독점한 탓에 동남아 전반적으로 일본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특히나 아세안 입장에선 특정 국가를 적으로 돌리는 게 부담스럽다.

정 선임연구원은 “아세안이 한국과 관계만 있는 게 아니라 중국, 일본과 관계도 있다”며 “한 나라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편들거나 배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캄보디아가 대놓고 중국에 치우친 것처럼 일부 국가는 한쪽의 편을 들 수도 있지만, 아세안의 기본 입장은 밸런스”라며 “더욱이 한·중·일 관계에선 특정국에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남방 정책의 핵심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특정국에 대한 우리 경제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남방 지역에 대한 교역 증가세는 앞으로도 유지돼야 한다.

다만 일본 수출규제로 우려되는 악영향에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중장기적으론 핵심소재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소재부문에서 일본 의존을 탈피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론 다자 외교전 및 일본과 협상을 통해 현 사태가 수입 중단까지 치닫는 상황을 방지하는 게 최선이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이 최선’이라는 답이 많았던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정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미국·중국처럼 경제 규모나 협상력이 컸다면 일본이 백색국가 배제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진 안 했겠지만, 지금의 우리로선 수단이 많지 않다”며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알려 우군을 확보하고, 일본과 지속적인 협상으로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게 그나마 정부가 고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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