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 흔드는 '한동훈 현상'…팬덤 정치와 혁명 서사 교차

입력 2026-05-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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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갑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 (서영인 기자 @hihiro)
▲북구갑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 (서영인 기자 @hihiro)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24일 발표된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오차범위 내 선두를 기록했다.

단순한 지역 선거 판세 변화라 보기 어려운 흐름이다. 북구갑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보수 재편의 신호이자, 동시에 한동훈이라는 정치 캐릭터가 어떻게 하나의 ‘팬덤 정치’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24일 공개된 비전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한 후보는 41.5%를 기록하며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34.5%)를 오차범위 내인 7%포인트 차로 앞섰다. 박민식 후보는 18.9%였다.

정치권이 더 주목하는 지점은 숫자 자체보다 흐름이다.

선거 초반만 해도 북구갑은 '명픽(이재명 대통령 의중)'과 여당 프리미엄을 업은 하정우 돌풍이 강하게 형성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보수 지지층이 빠르게 한동훈 후보 주변으로 결집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현상은 단순한 반민주당 정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보수의 체 게바라", "붉은 베레모를 쓴 보수의 특수부대"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기존 보수 정치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낯선 전술과 감각이 지지층 내부에서 강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좌파의 문법'이다.

기존 보수 정치의 문법은 관리였다. 계파 조정과 공천권 배분, 대통령과의 거리 조절, 조직 유지가 핵심이었다. 내부 충돌이 발생해도 대부분 이해관계 조정 수준에서 봉합됐다.

이념과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교조적 노선투쟁에는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동훈은 다르게 움직인다.

그는 윤석열 체제 이후 단순한 친윤·비윤 구도가 아니라 ‘헌법 수호’와 ‘법치’, ‘보수 재건’이라는 가치 언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누가 보수의 정통성을 지키는가”, “누가 원칙을 배반했는가”라는 구조로 내부 전선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이는 과거 운동권 정치와 좌파 정당 내부에서 반복돼 온 전형적인 '노선투쟁'의 문법과 닮아 있다. 순수성과 정통성을 둘러싼 투쟁을 통해 조직 내부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방식이다.

보수는 원래 이런 정치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충격은 더 크다.

한동훈 정치의 또 다른 특징은 '고립의 역설'을 능숙하게 활용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보수 정치에서 제명이나 고립, 무소속 신세는 정치적 퇴장에 가까웠다. 그러나 운동권 정치에서 탄압과 배제는 오히려 투쟁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훈장처럼 소비됐다.

검사 출신 엘리트라는 가장 강한 기득권 이미지를 지녔던 한동훈이 지금 일부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거대 권력과 주류 집단에 홀로 맞서는 투쟁가"로 소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내 주류와 충돌하고 공격받고 배제되는 장면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기득권과 싸우는 언더독”이라는 서사가 강화되는 구조다.

과거 좌파 운동권 정치에서 흔히 보였던 '핍박받는 혁명가' 이미지가 보수 정치 안에서 재현되는 셈이다.

최근 북구를 중심으로 한 행보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기존 보수 정치가 중앙 권력과 언론 중심의 공중전에 익숙했다면, 한동훈은 오히려 지역 거점을 구축하며 바닥 민심을 반복적으로 훑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 선거운동이 아니라 지지층의 '정치 영토'를 구축하는 진지전에 가깝다는 평가다.

정치권 일각에서 한동훈이 빨치산의 해방구를 만들듯이 부산 북구를 ‘자유구’로 만들고 있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좌파 게릴라 전술에서 해방구는 단순한 지역이 아니다. 적의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 혁명의 거점이며, 지속적인 보급과 조직 동원이 이뤄지는 핵심 공간이다.

지금 한동훈은 북구를 단순 선거구가 아니라 자신만의 정치적 자유구처럼 구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복적 현장 방문과 생활밀착형 접촉을 통해 충성도 높은 핵심 지지층을 구축하는 방식은 과거 운동권식 대중 노선과도 닮아 있다. 아동ㆍ청소년들이 '릴스'와 '쇼츠'에 등장하더라도 숨기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준다. 미래에도 북구에 남아 정치를 하겠다는 것을 자연스레 소비시킨다.

특히 엘리트 정치인들이 중앙 무대와 공중전에 집중할 때, 그는 바닥 민심을 아래에서부터 뒤흔드는 방식으로 지지층의 영토를 재편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이질적이라는 평가다.

붉은 베레모를 쓴 항공구조사(PJ·Pararescue)

그래서 지금 보수 지지층 일부는 한동훈을 단순 정치인이 아니라 "좌파의 전술을 익혀 돌아온 보수의 공수특전요원"처럼 소비한다.

붉은 베레모를 쓴 항공구조사(PJ·Pararescue)처럼, 적의 전술을 역으로 체득한 특수부대가 낙동강 전선에 투입됐다는 감각이다. 낙동강 전선을 지켜달라는 애절한 호소는 국민의힘이 하고 있지만, 보수의 최전선의 특수부대는 한동훈이 된 모양새다. 그것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번 지선의 핵심이다.

실제 PK 보수층 내부에는 지금 강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계엄과 탄핵 이후의 상처, 수도권 절대열세, 세대 균열, 폭주하는 정권에 대한 견제 심리 및 피로감, 국민의힘 당내 무기력이 복합적으로 누적된 상황에서 한동훈은 기존 정치인 같은 관리형 리더보다, 적진 후방으로 침투해 교란전을 벌이는 돌파형 전투요원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보수의 체 게바라'라는 상징이 만들어진다.

체 게바라가 단순 정치인이 아니라 혁명과 저항의 아이콘으로 소비됐듯, 지금 한동훈 역시 기존 보수 질서에 균열을 내는 新 보수의 상징적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지금 북구갑에서 벌어지는 것은 단순 보궐선거가 아니다.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이 샘터공원을 가득메우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이 샘터공원을 가득메우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명픽 정치’와 ‘팬덤 정치’

'여당 프리미엄'과 '언더독 서사',그리고 관리형 보수와 투쟁형 보수의 충돌이 동시에 벌어지는 3자 구도의 실험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다.한동훈은 지금 기존 보수 정치가 가장 낯설어하던 운동권식 정치 문법을, 누구보다 능숙하게 보수 내부로 들여오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낯섦이, 북구에서 시작된 이 돌풍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한편 기사에 모두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기관 비전코리아가 올리서치·포털신문 의뢰로 지난 23일 하루 동안 부산 북갑 유권자 5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로 무선 전화 가상번호 100%를 활용한 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1.8%였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2%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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