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전자신문사간 3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진실 [김광일의 후폭풍]

입력 2014-04-1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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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ICT 산업계 최대 관심사는 삼성전자가 전자신문사를 상대로 3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입니다.

전자신문사는 올해로 창간 32주년을 맞는 국내 ICT 산업계에 가장 영향력이 큰 전문지로, 국내 ICT 산업 발전과 그 궤를 같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ICT 산업계를 대변하는 전문매체입니다.

전자신문과 삼성전자와의 이례적인 갈등에 대해 ICT 산업계는 다양한 해석과 함께 많은 궁금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향후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도 합니다.

사태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전자신문은 3월 17일 자에 “출시 코앞 갤럭시5S,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곧 출시될 삼성전자 갤럭시5S가 카메라 렌즈 수율이 20~30%대에 불과, 갤 5S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전자신문은 기사에서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이 2월에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 행사에서 4월 11일 글로벌 시장에 갤럭시5S를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렌즈수율이 턱없이 낮아 출시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오보라며 즉각 정정보도를 청구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해외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는 등 전자신문 보도로 인해 출시도 안 된 갤럭시5S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전자신문 보도에 대해 조목조목 사실이 아닌 오보라고 해명하고 나섰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5S는 현재 순조롭게 생산되고 있고, 생산 일정 지연과 판매 전략 문제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자신문사는 사실 보도라며 삼성전자의 주장을 일축, 오히려 후속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4월 3일, 신문사와 해당 기자를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자사 블로그인 ‘투모로우’를 통해 “전자신문의 오보로 인해 삼성전자가 혼신을 기울여 만든 제품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에 대한 자구책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태가 소송으로 이어지자 전자신문사는 8일 자 1면을 통해 “삼성전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전자신문의 입장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알립니다] 사고와 함께 4, 5면 2개 면에 걸쳐 그간의 보도과정과 오보라는 삼성전자의 주장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 비판했습니다.

전자신문은 8일자 사고를 통해 삼성전자가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며 강하게 맞설 것임을 천명하고 나섰습니다.

전자신문은 특히 최대광고주 삼성전자가 자본을 앞세운 ‘갑’의 위치에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유례없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습니다.

자, 지금부터 빅가이 삼성전자와 32년 전통의 ICT 전문매체 전자신문사가 왜 법정소송까지 가게 됐는지, 그 배경과 향후 몰고 올 후유증,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살펴보시죠.

전자신문 기사는 일단 보도내용만 보면, 삼성전자 납품회사를 취재하면서 파악된 내용을 보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갑을 관계 보도는 요즘 사회적 이슈로 당연한 취재활동이지만, 왜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는지 하는 대목은 많은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만약 납품업체가 삼성전자 납품을 통해 대단히 만족스럽고, 실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면 이런 불만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 납품사업을 해본 벤처기업가들 사이에는 오래된 격언이 하나 있습니다.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순간이 바로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이라는 우스갯소리입니다. 일견 앞뒤가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은 얘기입니다.

“가늘게 먹고 살거나, 아님 10년여쯤 후 어느 순간 사업을 접는 2가지 중 하나입니다”

이 말은 삼성전자와 거래해온 납품업체 CEO 입을 통해 전해지는 말입니다.

일반인들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협성회 멤버가 되는 게 “대박성공의 보증수표”로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벤처산업계는 이미 15년 전쯤부터 정반대라는 사실을 간파해냈습니다.

벤처산업계는 삼성전자 납품회사가 된다는 것은 대박이 아니라, 제힘으로는 나오기 힘든 개미지옥이라고 평가합니다.

무슨 말일까요?

실제 자본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만 납품하는 부품업체에 대해서는 아무리 수익성이 좋아도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이유는 삼성전자 한 곳에만 납품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왜 삼성전자 납품회사가 된다는 게 개미지옥일까요?

① 관리의 삼성, 납품업체 영업이익도 내 손안에

이유는 바로 삼성전자가 납품업체 모두에게 ERP를 연동하도록 강제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RP(전사적 자원관리)는 기업 활동을 하기 위한 모든 구매, 제조, 판매 등등을 통합 관리하는 기업용 SW입니다.

ERP를 돌리면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투입 직원의 인건비는 물론, 야식비, 볼펜 한 자루 구매비용까지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삼성전자가 납품사에 ERP연동을 강제화하는 것은 납기를 위한 생산일정 관리차원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적정마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삼성 특유의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정책 때문입니다.

“정말 딱 먹고 살만큼만 남겨줍니다. 원가 절감요? 하면 뭐해요. 바로 단가인하가 되는데요. 새로운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신기술을 개발해 납품단가를 낮추면 뭐 합니까? 선진국 글로벌 기업처럼 그만큼 이윤을 높여주는 게 아니라, 바로 깎는데요. 이중 장부요? 이젠 그마저도 못해요. 삼성 납품회사는 유리알 장부입니다”

납품업체에 대한 ERP 연동기법은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극대화에 있어 최적의 솔루션으로 평가받습니다.

개미지옥이란 평판에는 삼성전자가 어떤 부품이건 절대 단독으로 납품하는 경우를 허용하지 않는 관행도 담겨져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늘 부품별로 2~4개사를 통해 납품받고, 이를 통해 부품생산 차질로 인한 납기지연 리스크 관리를 합니다.

문제는 납품회사가 부도가 나거나 비리혐의가 있거나, 납품상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래관계가 한순간에 중단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삼성그룹 계열사 차기 아이템 등 여러 복합적인 이해관계 속에 전략적으로 결정되는데, 삼성전자 협력사들은 반복된 학습효과를 통해 늘 이런 불안함 속에 납품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납품사가 경쟁사에 납품하는 경우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체 제품이 없는 극히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삼성전자, LG전자에 동시 납품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즉 유리알 ERP연동으로 인한 낮은 이윤, 독점공급조건, 불안한 거래중단가능성 이 3가지가 합쳐져 개미지옥이란 말이 나온 듯합니다.

② 삼성전자 납품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크지 못하는 이유

벤처 바닥에서 20년쯤 몸담아온 CEO에게 삼성전자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하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요?

100% “No”를 외칩니다.

왜냐하면, 이제 웬만큼 규모가 있고, 기술력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같은 거대 기업의 납품업체가 되는 경우, 부도를 제외하곤 최악의 상황으로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그런 관계의 비즈니스를 시한부 사업이라고 표현하죠.

“딱 먹고 살만큼만 주다가 한 10년쯤 넘어 납품관계를 끊잖아요? 어떻게 되겠습니까? 곧바로 망합니다. 왜냐. 삼성은 절대 경쟁사 납품을 허용하지 않거든요. 다른 납품처도 없고, 하루아침에 납품처가 사라지는데, 그냥 한방에 가는 거죠”

삼성전자의 ERP 연동과 최소한의 이윤을 주는 정책, ‘경쟁사 공급 절대 불가’라는 독점공급정책들은 역설적으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강자자리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입니다.

“삼성전자 정도면, 핵심 납품 업체 중 시가총액 5000억 원이 넘는 기업이 50개 이상은 나와야 정상이에요. 부품업체도 세계적 규모로 커서 글로벌 시장장악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래야 삼성전자의 글로벌 포지션도 더 탄탄해지는 겁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협력사는 크지를 못해요. 삼성전자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남기지만 납품회사에는 늘 먹고 살만큼만 주니 클 수가 없지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이는 삼성의 정책 때문입니다. ICT 산업계 전문가들이 내놓는 해석은 예전 삼성전자 납품업체였던 반도체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의 대주주 시가총액이 조 단위를 넘어서면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맞먹는 부자로 평가되는 벤처 열풍 때의 경험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고작 매출 몇 백억 원하는 삼성전자 납품업체 대표의 시가총액이 총수일가 시가총액을 위협하는 일은 당시 매우 상징적인 일 이었습니다”

삼성이 협력사를 생산차원이 아닌, 모든 면에서 관리하기 시작한 게 그 무렵으로 보는 분석이 현재로선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입니다.

당시 주성엔지니어링 역시 한순간에 거래관계가 끊겼고, 길바닥에 내던져진 주성엔지니어링은 갖은 고생과 해외시장에 매진한 끝에 살아남아, 거꾸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반전을 일궈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당시 조사 끝에 반도체 장비를 납품받던 기흥공장 담당자의 비리를 캐냈고, 이를 빌미로 납품중단조치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자신문 보도는 이런 삼성전자와 협력사 관계에서 뭔가 불협화음이 생겼고, 이 와중에 정보가 전자신문사로 흘러 들어갔을 개연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납품업체는 삼성전자와의 관계 속에 행복하지 않았거나, 곧 불행이 닥칠 상황이었거나, 아니면 최후의 통첩을 받고 고사 일보 직전의 상황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③ 삼성전자와 전자신문사 소송이 불러올 후유증

사실 이번 전자신문 보도를 통해 드러난 갤럭시5S 카메라 모듈을 생산,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업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거래관계가 단절되거나, 그에 버금가는 징벌을 받으며 치명타를 입을게 유력합니다.

왜냐하면 삼성전자는 이런 경우, 정보 발설자나 업체를 대부분 색출해 그에 따른 책임을 묻습니다. 이를통해 납품업체 전반에 명확하게 경고를 하는 거죠.

이번 파동을 통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들은 더욱 더 위축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의심을 살수 밖에 없고, 추후 발생할 삼성전자 결함 관련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큰 회사로 지목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직된 관계는 최첨단 부품과 세계 최초의 성능을 개발해야 하는 모바일기기 관련 부품산업계에는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됩니다.

세트 기기 성능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냉정한 비판 등이 자유롭게 오가야 하는 상황임도 불구하고, 입도 뻥긋할 수 없는 두려운 분위기 속에서는 어떤 부품업체도 삼성전자 스마트기기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을 하기 힘들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소송 건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세계적 기업 삼성전자와 ICT 강국 코리아를 대변하는 대표 전문미디어 전자신문사 간의 단순한 갈등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왜냐하면 지금 코리아 ICT 산업계의 현실은 불과 2, 3년이면 중국에 추월당할 만큼 급박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10년 전쯤부터 SW전문 업체를 대거 수소문, 국내 최고수준의 SW인력을 대대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삼성전자가 자체 SW엔지니어를 키우기로 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문학도를 개발자로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 무렵쯤입니다.

삼성전자가 SW개발자를 직접 영입하고 SW개발자를 대거 키우겠다고 천명한 것은 스마트폰 핵심 솔루션 납품회사들이 대거 외국계에 매각되거나, 삼성전자 납품을 중단하는 일들이 잇따라 터진 데 따른 고육지책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결국 SW납품업체들이 삼성을 위해 최선을 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외국회사에 팔려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이상, 자체적으로 SW를 가져가지 않고서는 최강 애플을 뛰어 넘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미들웨어 및 리눅스SW, 임베디드 SW를 납품하던 수많은 SW업체들이 왜 삼성전자가 아닌 외국계 회사에 인수 합병됐는지도 곱씹어볼 대목입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 기기에 납품하는 부품 및 SW업체를 세계적 회사로 키워내고 때에 따라서는 전략적으로 M&A를 해야 합니다.

벤더를 바꾼다, 그룹계열 부품회사를 통해 동일 아이템을 양산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수많은 부품납품사 대주주들이 순식간에 회사를 매각하고 삼성전자 주변을 떠나는 현실 역시 ‘지속가능한 코리아 모바일 성장잠재력’을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순간이 아닌 가 되돌아보게 됩니다.

삼성전자는 납품협력사에 대한 진정한 상생정책을 통해 더욱 더 강렬한 글로벌 강자로서의 핵우산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2의 갤럭시가 탄생할 수 있고, 중국의 질주에도 굳건히 스마트폰 절대강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ICT 산업계는 이번 소송에 대해 전자신문사에는 사실보도 외 어떤 배경도 없기를 희망하고,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납품회사에 대해 갑을관계가 아닌, 진정한 상생의 자세를 주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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