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한국 떠난다]자동차 1대 만드는데 韓 28.4시간·中 17.8시간·美 14.4시간

입력 2013-12-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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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생산성 악화로 투자 꺼려…경직된 노사관계도 기업철수 ‘부채질’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 국내 대기업의 제조업 생산성은 갈수록 악화돼 글로벌 기업의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제공 현대차그룹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 많은 반성을 했다.”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울산공장장)은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체코 노소비체를 방문한 뒤 이같이 털어놨다. 그가 전문 경영인으로서 꺼내기 힘든 ‘반성’이란 표현을 쓴 것은 국내 공장의 생산성 때문이었다. 윤 사장은 “얼마 전 울산공장 직원 수십명이 체코 공장에서 현장체험 연수를 했는데 작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그곳 20대 여직원이 도와줬다”며 “단순히 나이 탓으로만 돌릴 순 없고, 그만큼 느슨한 작업에 수십년간 익숙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한국 대기업 제조업 생산성 악화 추세= 윤 사장의 언급은 단순히 한 기업의 넋두리로 평가하기에는 국내 제조업 부문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국내 제조업의 생산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기조를 정면으로 짚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과 노사 간 관계를 대표하는 현대차 사장을 통해 나온 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현대차는 국내와 해외 공장의 생산성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0월 기준 현대차 공장 중 국내 공장의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시간(HPV)’은 28.4시간이다. 반면, 해외 공장의 경우 미국 14.4시간, 체코 15.8시간, 중국 17.8시간, 인도 19.5시간으로 국내 공장보다 최대 50.7% 효율이 높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현대차의 안방인 국내 공장의 효율성이 글로벌 생산기지 중 가장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제조업 부문 대기업의 노동생산성을 보면 2012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0.5% 성장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까지 역성장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투입량 대비 산업생산량을 의미한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노동자 수와 노동시간은 늘었으나 생산량이 줄었다는 뜻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현대차의 국내 공장은 임금이 크게 오른 것에 비해 생산성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현대차의 공장별 생산단가를 명확하게 계산해 생산단가가 높은 곳에는 생산량을 줄이고 낮은 곳에는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생산성 개선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견근로직 문제해결 시급= 파견근로 문제도 글로벌 기업이 국내 노동시장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다. 한국의 경우 현대차를 비롯, 제조사들이 대부분 파견근로와 관련된 소송을 겪고 있다. 노동자 측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반면, 독일은 2000년대 초반 슈뢰더 정부(사민당-녹색당 연립정부)가 ‘전후 역사상 최대 노동시장 개혁’이란 평가를 받으며 일시에 규제를 풀었다. 1980년부터 장기간 지속된 고실업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2002년 ‘하르츠개혁(당시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인 피터 하르츠의 이름)’은 특히 파견근로를 확대했다. 기존 2년까지이던 파견기간 제한을 폐지해 무기한 파견으로 전환했다. 또 ‘기간제 고용 금지’ 조항을 폐기해 파견근로자를 기간제로 고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기업이 해고 또는 계약 종료된 파견근로자를 3개월 이내에 재고용할 수 없다는 ‘재고용금지’ 조항도 폐지해 수시로 동일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5년 뒤 독일은 고용률 70%를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독일은 개혁에 돌입하기 이전 10년 이상 쌓인 사회적 합의 노력이 있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를 떠나고 있는 것은 경직된 노사 관계도 한몫한다는 평가 또한 나온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의 노사 간 협력 순위는 2010년 138위(139개국 중), 2011년 140위(142개국 중), 2012년 129위(144개국 중)으로 좀처럼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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