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야유(冶遊)

입력 2019-07-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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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빈정대며 놀리는 말이나 몸짓”이라는 뜻을 가진 야유(揶揄) 외에도 우리말에는 같은 발음의 다른 말인 ‘야유’가 몇 개 더 있다. ‘들에 나가 논다’는 의미의 ‘야유(野遊:들 야, 노닐 유)’가 있으니 야유회가 바로 그런 놀이 모임을 말하고, 밤늦도록 논다는 의미의 ‘야유(夜遊)’도 있다. 그런가 하면, ‘풀무질할 야(冶)’와 ‘놀 유(遊)’를 쓰는 ‘야유(冶遊)’도 있다. 국어사전은 ‘冶遊’를 “주색에 빠져 질탕하게 놂”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놀고 또 놀아서 더 놀 게 없을 만큼 놀이가 시들해지자 술과 여자로 놀이(遊)에 풀무질(冶)을 해가며 질탕하게 노는 것을 야유라고 하는 것이다.

최근 마약사범에 관한 보도가 늘고 있다. 세상 살기가 괴롭다는 이유로 마약을 투약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 부유층의 마약사범은 대부분 넘치도록 남는 돈을 가지고 놀고 또 놀아도 “그 놀이가 그 놀이”여서 시들하고 지루할 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여 보다 더 자극적인 것을 찾다 보니 결국은 마약을 투약하게 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마약은 야유(冶遊)의 끝자락에서 맞은 시들함과 지루함에 대한 막장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야유 즉 아무리 질탕하게 놀아도 마음의 지루함과 따분함을 결코 해소할 수 없다. 오히려 지루함과 따분함이 더해진다. 갈증이 난다고 해서 계속 짜릿한 탄산과 달콤한 설탕이 들어 있는 이른바 ‘청량음료’만 마신다면 오히려 갈증을 더 부추길 뿐 갈증을 해소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갈증을 해소하는 것은 탄산이나 설탕이 아니라 맹물이다. 맹물처럼 순수하고 무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져야 갈증을 느끼지 않듯이 삶도 맹물처럼 맑고 순수하고 천진스러울 때 비로소 지루함과 따분함의 허덕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 몸을 즐겁게 하는 놀이에 취하는 冶遊에 빠지지 말고, 내 영혼을 기쁘게 하는 수신(修身:몸과 마음 닦음)에 시간을 쓰면 자연스럽게 허덕임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행복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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