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칼럼] 식물이 만드는 플라스틱

입력 2019-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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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미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11년 매우 흥미로운 진단을 내놓은 적이 있다. 한마디로 화석연료의 간판이라 볼 수 있는 석유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냐는 것이다. 결론은 석유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다고 해도 인간이 멸종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당연한 예상이지만 그동안 석유로 얻은 풍요한 물질명은 포기하고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편한 일 중에 가장 먼저 생각되는 것은 현대 문명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는 플라스틱의 부족이다. 현대 문명의 총아로 볼 수 있는 플라스틱은 고분자화합물로 그 대부분이 석유나 석탄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때 유일하게 빼먹은 물질’이라는 평가를 받는 플라스틱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지구상의 산림과 철의 매장량이 반으로 줄어들었거나 인구가 반으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플라스틱이 천사의 물건만은 아니다.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므로 한정된 화석원료를 고갈시키고, 제조하는 과정에서 위험한 화학물질을 내뿜기도 한다. 토양에서 잘 분해되지 않으므로 환경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애물단지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현재 같은 속도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채굴 가능 연한이 30~40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생명공학 분야에서의 괄목할 만한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가 모두 고갈된다고 해도 적어도 플라스틱만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래에 도래할 플라스틱의 원료 부족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기술의 하나로 화석연료가 아닌 광합성 식물, 즉 콩, 옥수수, 감자 등에서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의 일환인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또는 ‘플라스틱 식물’로 부른다. 바이오테크놀로지란 좁은 뜻에서 미생물이나 고등 동식물의 세포에서 유전자를 분리하고 시험관 안에서 재조합하여 형질이 다른 우수 품종을 생산해냄으로써 보다 가치 있는 생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한마디로 화석연료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광합성하는 식물에서 플라스틱 원료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망은 대부분의 식물이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소형 공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충이나 질병, 자외선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화합물질을 만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면 식물에서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다.

식물 중에서 생존력이 강한 옥수수, 콩, 감자를 우선 대상으로 올려놓는데 이들 주성분이 탄수화물이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플라스틱 원료 중 하나인 폴리하이드록시 뷰틸레이드를 생산하는 미생물로부터 유전자를 분리하여 이를 적절한 식물에 접목하여 생산케 하면 된다. 식물을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원리는 식물에 있는 탄수화물을 변화시키는 것이므로 원리상 매년 생산이 가능하며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옥수수에서 추출한 당을 물에 탄 후 유기용매와 섞어 가열해, 설탕에서 3개의 물 분자를 떼어내 화학적으로 석유와 분자구조가 비슷한 물질을 개발했다. 옥수수의 당을 이용해 플라스틱이나 자동차의 연료를 만드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학자들은 식물을 이용하여 플라스틱은 물론 잉크, 디젤연료, 윤활유 등의 생산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미국 중부 아이오와의 옥수수 농장은 플라스틱 공장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생물공학적 플라스틱 시장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들로 생산되는 작물은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 취급되지 않으며, 더불어 그동안의 공해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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