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전, 재생에너지 그리고 에너지 안보

입력 2019-05-21 09:28 수정 2019-05-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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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김승열 한송온라인리걸센터 대표 변호사.
▲김승열 한송온라인리걸센터 대표 변호사.
필자가 독일에 체류할 당시 가장 놀라운 사실이 있었다. 독일 국민이 모두 전기 등 에너지 사용에 민감하고 절약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근검절약한 국민성 때문으로 보며 감탄했다. 그런 면이 전혀 없던 건 아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전기료가 우리보다 2~3배 이상 비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필자가 소속 독일 로펌의 각 지역사무실에 돌아다니며 한국법 특강을 하는 과정에서도 재생 에너지에 관한 관심이 뜨거웠다.

영국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영국 정부는 자국의 원전 건설에 한국의 참여를 바라고 있었다. 가격 면에서 중국이 유리했으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국의 참여를 꺼리는 듯했다. 더욱이 한국 기업이 안전 등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았으니 참여를 기대했던 것이다. 영국 현지 로펌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가장 큰 관심 사항이었다. 그런 이유로 영국 현지 로펌 관계자와 만나는 기회도 얻었다. 필자가 머무른 런던 근교의 집에서는 전기 사용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해 다소 불편했던 경험이 생각난다. 영국 역시 원전을 가동하지만 새로운 원전 건설에 소극적이어서 전기료 등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탈원전을 선언해 재생에너지 개발에 집중했다.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개발에 많은 자금과 노력을 투여했지만 많은 개발 비용이 수반됐다. 자연스럽게 전기료가 따라 올라 우리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졌다. 따라서 독일의 탈원전 정책은 거의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독일이 탈원전 정책을 펴게 된 근본 이유는 과거 전쟁 유발국으로서의 자기반성에 기인한다. 원전 등을 통해 새로운 전쟁 위험 가능성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온전히 불식하고자 했다. 대외적으로 원전 폐기물 등에 의한 지구환경 보호를 내세우기도 했다.

독일의 히틀러 정권에 대한 자기반성은 치열했고 반응 역시 극도로 예민했다. 주변국의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독일은 EU의 중심 리더국임에도 대외 활동을 함에 있어서는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꼭 필요하면 프랑스를 내세우고 뒤에서 지원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독일의 유명 박물관에서 필자가 느낀 충격적 경험이 생각난다. 박물관의 안내책자에는 지하실 전시관에 대한 그림이나 안내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박물관 지하에 전시관이 있었고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역사 유물이 있었다. 여기에는 독일 나치스 군복 등 유물이 있었다. 그런데 왜 박물관 안내책자에 표시하지 않을까?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인 동시에 자신들의 역사여서 보존하나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는 소극적인 태도에 기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베를린 중심가에는 학살된 유대인을 추모하는 미로 모양의 ‘기억의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과 이유 등으로 독일은 탈원전으로 나아갔고 현재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우리는 독일과는 다르다. 에너지를 안보 차원에서 봐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나아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은 현실적 사정에서, 에너지 안보는 절실함을 넘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원전 경쟁력은 세계 최고를 거의 눈앞에 두고 있었다. 원전 안전성 기술은 세계가 공인하는 1위이다. 이 가운데 원전 포기 정책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2011년 일본의 원전유출 사고에 따른 깊은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지열발전 사업으로 잦은 지진 같은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다른 재생에너지 산업 역시 장점이 있는가 하면 단점 내지 부작용도 있다는 뜻이다.

국가의 미래 방향설정은 국가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올해 1/4분기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기는 하지만 역사상 유례없는 조짐은 결코 가볍게 볼 상황이 아니다. 특히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원전 산업을 포기하는 것은 재고해 봐야 한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진지하게 재검토가 필요하다.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위협까지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에너지 안보는 생존과도 직결되는 국가 핵심과제다.

재생에너지 개발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재생에너지 자원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원전을 포기해도 결코 늦지 않다. 다른 재생에너지를 발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상황으로 나아가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기간 많은 희생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비근한 예로 전기료 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질 것이다. 이는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수출에서 원전 사업이 가지는 비중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준이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명백한 재생에너지 대안이 확보된 상태에서 탈원전 정책을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특히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시급한 국가과제다. 무엇보다도 세계 1위의 산업 분야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에 가능하다. 한 번 잃어버린 기회를 만회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기고 또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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