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성장동력이 꺼지고 있다

입력 2019-05-0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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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이미 우리 경제는 2017년 4분기에 -0.2%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경제가 1~2년 사이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연이어 기록한 것은 구조적으로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산업기반이 서서히 무너지는 구조적 위기에 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정부는 구조조정과 자금 지원으로 일단 위기를 면했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발전체제는 만들지 못했다. 이후 해운,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주력산업이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에 밀려 국제경쟁력을 잃었다.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의 최후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이 흔들렸다. 성장동력이 꺼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지난 1분기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결정적인 이유는 수출과 투자의 동반 감소다. 수출산업은 우리 경제의 성장기반이다.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져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1분기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2.6% 감소했다. 한편 투자는 경제성장을 이끄는 견인차다. 기업환경이 악화해 투자위축이 심각하다.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10.8%나 감소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악이다. 수출산업이 무너지고 동시에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자 경제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현 추세로 나갈 경우 우리 경제는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 투자은행인 노무라 금융투자는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2.4%에서 1.8%로 낮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경제정책은 사실상 역주행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리는 수단으로 4대강 정비 등 토목사업에 치중했다. 박근혜 정부는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 부양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다. 결과는 경제가 거품으로 들떠 국제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산업기반이 부실화한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펴자 경기침체로 인해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기업들이 난관에 처했다. 정부 정책의 결과로 오히려 고용이 악화하고 빈부 격차가 커졌다. 지난해 실업률은 3.8%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25%가 넘는다. 하위 20% 저소득 계층의 근로소득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37%나 감소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 저소득층 지원, 복지 확대 등에 재정 팽창정책을 펴고 있다. 해마다 5%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하던 정부 예산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7.1%, 올해 9.5% 등 증가폭이 늘어났다. 올해 예산 규모는 총 470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것도 모자라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 팽창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정부 정책이 잘못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 정책을 고수할 경우 재정 적자가 늘어 경제와 정부가 함께 부실화할 수 있다. 더욱이 정부는 24조 원 규모의 지역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48조 원 규모의 생활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 건설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과거 정부가 실패한 거품 경제 정책을 다시 꺼내고 있다.

경제를 근본적으로 살리는 길은 기업투자를 활성화해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10대 그룹 상장사들이 보유한 현금이 248조4000억 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정부 규제와 조세 부담, 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 경영 환경의 악화 때문이다.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금액은 55조5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한국 경제를 앞뒤에서 압박하는 중국과 일본의 경제정책을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올해 총 780조 원의 자금을 기업의 세금 경감과 산업 인프라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난 일본은 기업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5G 통신, 수소전기차 등 미래 산업을 제패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을 위한 정부정책의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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