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설날과 사장님

입력 2019-02-14 18:17 수정 2019-07-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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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 자본시장1부 기자

▲증명사진_차민영
▲증명사진_차민영
설 명절을 지내고 일상생활로 돌아온 직후 가진 저녁 자리에서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기자님도 회사 사장님께 설 선물 드렸나요?” 혹시 질문에 다른 의미가 있나 1초 정도 고민했다.

알고 보니 이 회사 임직원들은 작년 추석에 이어 이번 설날에도 사장에게 고가의 명절 선물을 자발적으로 보냈다는 것. 증권사 본사는 물론 국내 각 지점 소속 고위 직급자들 중 아는 사람만 아는 고급 정보였다.

주식회사에 고용된 전문경영인(CEO)에게 수십 명의 임직원들이 선물을 보내야 할지 고민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 같은 관행을 알게 된 임직원이라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의지와 상관 없이 일종의 신임 테스트의 장(場)에 오르게 된다. 특히 최근 새롭게 임원 반열에 올랐다면 사장님 집 주소쯤은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사항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처럼 회사 임직원들이 보낸 명절 선물을 그저 고마움의 표시라며 묵인해 버린 사장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일부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선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맥락상 애정이나 존경이 담긴 선물보다는 과거 종속국이 종주국에 예를 바쳐 보내던 조공에 훨씬 더 가깝지 않을까. 사장 본인에게는 작은 성의였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는 사안이다.

왜곡된 명절 선물 문화를 먼저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부하 임직원들에게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기본적으로 바른 사내 기강을 확립하는 것은 상급자의 몫이다.

어느 조직이든 회사 고위 경영진의 태도는 아래 직급으로 그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내부 임원과 직원 사이에서 물품을 주고받지 말자며 철저한 자기반성을 요구하던 사내 홍보 캠페인을 떠올리니 더욱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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