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한진 경영권 넘기라는 KCGI, 엘리엇 때와 비교해보니

입력 2019-01-2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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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역습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가 한진그룹에 사실상 경영권을 넘길 것을 요구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KCGI의 이러한 움직임이 앞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철회를 이끈 세계 최대 규모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KCGI는 21일 한진칼과 한진 및 이들의 대주주 측에 ‘한진그룹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 제안했다. KCGI는 “한진그룹은 시장 환경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고, 낙후된 지배구조로 일반 주주, 채권자, 직원 더 나아가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측면에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KCGI는 우선 지배구조 개선과 책임경영 체제 확립의 일환으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KCGI는 지배구조위원회 구성을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인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 △외부전문가 3인 등 총 6명으로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이 제안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이사회 산하 상설자문기구로 사실상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된다. 6명의 이사 중 총수 일가에 배정된 인원을 1명으로 정한 것은 실질적으로 한진 오너가의 경영 의견을 배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KCGI는 기업가치 제고 방안도 제안했다. KCGI는 칼호텔네트워크, LA월셔그랜드호텔 사업 등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KCGI는 이번 공개제안이 거부되면 보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중단을 이끌었던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연상케 한다. 엘리엇은 폴 싱어 회장이 이끄는 42년 역사의 헤지펀드로 ‘주주행동주의(주주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표방한다.

KCGI와 엘리엇은 기업의 지분을 매입한 뒤 이사회를 움직여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분율 확보 이후에는 해당 기업에 구조조정·배당 확대 등을 요구해 수익 창출을 시도한다.

일례로 엘리엇은 지난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요구하며 지배구조 개편의 ‘판’을 흔들어 시세차익·고배당 등 단기 이익 창출을 시도했다. 이 외에도 엘리엇은 2016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문제 삼으며 삼성전자 분할·30조 원 현금 배당·미국 상장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펀드 속성은 같은데 이를 보는 시각에는 차이점이 있다. KCGI가 ‘토종 펀드’라는 점이다. KCGI가 국내 자본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오너가 갑질 파문’ 등 악재에 직면한 한진그룹이 ‘국부 유출’ 등을 명목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에게 호소할 명분이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현대차의 경우 엘리엇의 경영 참여에 대해 “현대차가 경영권을 빼앗기는 것은 외국 투기 자본에 국부를 유출하는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며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주행동주의라는 측면에서 두 자본(엘리엇·KCGI)의 움직임은 시장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결국은 이 움직임이 실제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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