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전승준 외, ‘교양있는 대화를 위한 과학’

입력 2018-12-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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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기, 그리고 무지(無知)를 멀리하기

경제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정책 실패에 기인한 측면이 큰데, 그 원인 중 하나가 과학적 사고의 부재다. 과학적 사고는 과학과 기술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다. 시민들이나 정책입안자들이 과학적 소양이 풍부하면 할수록 올바른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 화학과 전승준 교수 외 8명의 이공계열 교수가 참여하고 서울교대 융합교육학과 강훈식 교수 등 20인의 교수진이 힘을 모아 집필한 ‘교양 있는 대화를 위한 과학’은 더 이상 쉬울 수 없을 정도로 잘 쓴 과학과 기술에 대한 교양서다. 과학적 소양을 갖춘 시민과 학생들을 위해 집필된 이 책은 같은 목적으로 1990년대 말 발간된 미국의 ‘모든 미국인을 위한 과학’이나 2000년대 발간된 일본의 ‘과학기술의 지혜’를 참고해서 만들어졌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과학의 개념과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권하고 싶은 내용으로 과학적 사고의 기초에 대해 쉽게 차근차근 설명하는 저자들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적 방법론과 과학적 사고의 기초를 이해할 수 있다. 2부는 자연과 사회 현상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다루고 있다. 과학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다소 평이한 내용이지만 과학적 지식의 전체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3부는 자연과 사회 현상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다루고 있다. 과학적 태도의 핵심은 첫째, 객관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과학적 지식을 최선의 가설이나 설명으로 신뢰하는 것이다. 둘째는 현재의 지식을 절대적인 진리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고, 셋째는 새로운 증거와 이론을 개방적인 자세로 수용하는 것이며, 넷째는 근거와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과학적 사고방식이나 태도는 넓은 의미에서 합리적 사고방식이나 태도와 일치한다.

어떤 사람이 과학적 소양을 갖춘다는 것은 과학 지식을 습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적 방법과 사고 그리고 태도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프랑스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는 “진정한 과학은 ‘의심하기’와 ‘무지’를 멀리하기를 가르쳐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지나친 확신을 갖지 않고 항상 틀릴 수 있음에 문호를 열어두어야 한다. 이는 자신의 주장을 늘 가설로 간주하고 비판을 받아들여야 함을 뜻한다. 또한 가설은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과학탐구에서는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이 현상을 설명하는지 검토의 과정을 따른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혼란스러움은 법칙과 가설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은 가설 검증을 거치지 않은 설익은 주장이나 의견에 바탕을 두고 있어선 안 된다. 그것은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가설 검증을 거쳐 이론으로 정립된 것에 바탕을 둔 정책이야말로 정책 효과의 극대화는 물론이고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정책 효과의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과학은 본래 ‘앎’이란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과학은 자연현상을 지배하는, 혹은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을 알아내고자 하는 학문이다. 사회과학은 사회를 움직이는 법칙을 알아내고자 하는 학문이다. 과학탐구는 관찰, 측정, 실험 등과 같은 실증적 연구와 아울러 논리적 추론과 같은 과학적 사고를 통해 참된 지식을 얻어내려는 활동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일수록 실증적 연구는 물론이고 논리적 추론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이런 두 가지 기준에 따른 반대 측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고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가설은 점점 정교한 것으로 바뀌어 간다. 우리 사회가 부족한 것이 이런 과정이다. 자원의 낭비를 막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은 과학적 사고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공병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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