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소비자]끊임없는 집단소송...기업은 여전히 ‘나 몰라라’

입력 2018-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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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시 영동고속도로(강릉방향)에서 BMW 520d가 전소됐다. (뉴시스)
▲강원 원주시 영동고속도로(강릉방향)에서 BMW 520d가 전소됐다. (뉴시스)
과도한 폭발 압력으로 내부 부품의 금속 파편이 튀어나와 ‘죽음의 에어백’이라 불리던 다카타 에어백. 2015년, 에어백 결함이 발견되자 해당 에어백을 쓴 자동차 업체들은 차주들과 집단소송에 휘말려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줘야 했다. 혼다는 1000만 명이 넘는 자동차 소유주 전원에게 총 7283억여 원을 지급했고, 닛산 역시 자동차 소유주 400만 명에게 총 1109억여 원을 보상했다. BMW는 600만 명에게 3372억 원을 물어주기로 합의하고 최근 소송을 매듭지었다.

◇ 미국, 한 번 소송에 수억, 수조 원대 배상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집단소송은 판결 효력이 원고를 포함한 피해자 전원에게 미치는 ‘일괄구제’ 방식이다. 별도의 제외신고를 하지 않는 한 피해자 모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끼친 기업은 소비자 1명만 승소해도 피해자 전원에게 최대 수백만 배에 이르는 보상금을 토해내야 한다. 소비자가 소송을 내기 전이나 판결이 나오기 전, 기업이 소비자와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엔진 결함 문제가 불거진 2011~2014년 쏘나타 구매 고객 88만5000명에게 수리비 전액을 보상하는 조건으로 원고와 합의 한 바 있다. 무상 엔진 점검, 수리, 이미 지출한 수리 및 견인, 렌터카 비용 외에 제값을 받지 못한 중고 차량 값도 보상했다. 원고의 소송 비용 8억9000만 원도 지급했다.

배기가스 유출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폭스바겐도 마찬가지였다. 폭스바겐은 미국 내에서 해당 차종의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피해차량 고객 1인당 최대 1200여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집단소송의 판결이 채 나오기도 전에 합의를 봤다. 총 피해보상액이 17조 원을 넘었다.

◇ 우후죽순 집단소송…미국과 차이점은?

BMW 차량 화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BMW를 상대로 한 국내 소비자들의 ‘집단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차주 4명이 BMW를 상대로 첫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집단소송에 동참한 소비자들은 현재까지 수백 명에 달한다. 조만간 수천 명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차주들이 여러 로펌과 손잡고 수시로 소를 제기하고 있는 탓이다. 청구 금액도, 청구 인원도 각양각색이다. 첫 집단소송의 경우, 1인당 500만 원씩 총 2천만 원이었던 반면 화재 차량을 포함해 직·간접적 피해를 본 11명의 차주가 13일 제기한 소송의 소가는 14억 원이다. 미국의 집단소송과는 진행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

국내 BMW 차주들이 제기한 소송은 엄밀히 말하면 원고가 2인 이상인 ‘공동소송’이다. 법률상 용어 집단소송은 피해자가 소송에서 이기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배상받는 제도를 의미하지만, 국내에서는 증권 분야에서만 한정해 시행 중이다. 그렇기에 법조계에서는 BMW 소송처럼 기업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대규모 소송도 집단소송이라고 부른다. 다수의 피해 원고에 대해 대개 일괄적으로 판결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한국식 집단소송’이다.

기업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대규모 소송은 이미 수차례 제기돼왔다. 7년째 진행 중인 가습기 살균제(2011) 소송을 비롯해 부영 임대주택 폭리(2012), 카드사 신용정보 유출(2014), 가짜 백수오(2015), 폭스바겐 리콜(2015), 중금속 정수기(2016), 생리대 발암물질(2017), 라돈침대(2018) 등 매해 집단소송이 제기된다. 올 초에는 아이폰 성능저하 업데이트와 관련해 이용자 6만여 명이 애플 측에 1인당 20만 원씩 보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고객의 개인정보를 판매한 홈플러스에 대해서는 전국 법원에서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 보상 체계 미흡…소비자 기만 여전

기업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계속되고 있지만 소비자 기만 등의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를 기점으로 소비자 안전 문제가 대두됐어도 정수기, 침대 등 여전히 여러 공산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또 최근 도마에 오른 BMW는 2015년부터 차량 화재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문제를 쉬쉬해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한 예로, 독일의 일부 자동차 회사들은 결함을 은폐하고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처벌이 미미해서 기업들의 잘못된 행태가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도 미국과 국내에서의 태도가 달랐다. 폭스바겐은 자진 보상안을 내놓은 미국에서와 달리 국내 차주들에게는 배기가스 유출에 따른 보상 명목으로 100만 원짜리 쿠폰을 제공해 빈축을 샀다. 결국, 폭스바겐 사태 역시 국내에선 집단 민사 소송으로 이어졌고, 아직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선 소비자 피해에 대한 기업들의 태도 개선과 피해보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미국식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 관련 제도의 부재를 꼽는다. 기업 책임을 강화하도록 관련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피해 보상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그릇된 행태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제도가 변화하면 기업이 소비자 문제에 있어서 부담과 책임감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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