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떻게 혼자 키워요?"…미혼모·부 차별 만연

입력 2018-07-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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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직장, 관공서, 지역사회 등 모든 공간에서 편견과 차별 받아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교과서에서는 '부모님'이라는 말이 곳곳에 등장해요.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부모'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 있거든요. 미혼모와 미혼부 가정의 아이들이 심한 박탈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현직 교사)

"동네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주민들이 무조건 '미혼모시설에 있는 미혼모들이 한 일'이라며 민원을 제기했어요."(시설입소 미혼모)

여성가족부가 최근 한달 동안 '미혼모·부 일상 속 숨은 차별 및 불편 사례'에 대해 미혼모·부 대상 설문조사 및 대국민 접수를 받은 결과, 우리사회 미혼모·부가 직장, 관공서, 학교 등 일상생활 공간에서 겪는 차별과 불편이 여전히 큰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여가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여가부 홈페이지에서 미혼모·부 당사자 또는 일반시민들이 직간접적으로 겪은 불편과 차별의 구체적인 사례를 접수받았다. 또 미혼모·부를 위한 전국 83개 시설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미혼모·부들은 '비정상'으로 분류되며 겪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따돌림에 힘들어 했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이가 어리고 남편도 없는 산모'라며 주변 산모들이 대화와 식사에 껴주지 않았다는 사연, 나이가 어려보이는 여성이 아이를 안고 길을 가거나 낮 시간에 밖에 있다는 이유로 '사고 친 것 아니냐'며 주변에서 수군거린다는 사연 등이 있었다.

학교나 관공서, 병원 등 공개된 공간에서 개인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것도 크게 불편을 겪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학교에서 '부모 모두 참석'을 요구하거나, 주민센터에서 상담을 받는데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됐으며 상담원이 미혼모인 사실을 큰 목소리로 얘기해 당혹스러웠다는 사연, 임신 당시 미혼임을 밝히자 병원의료진이 인공임신중절을 전제로 질문했다는 사연 등이 있었다.

사회적 편견이 직접적인 차별로 이어진 경우도 많았다. 혼자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스케줄 변경에 어려움을 겪자 '열정이 없다'며 해고당한 사연, 구직활동 시 면접관이 등본을 보며 '혼자 아이 키우는데 직장생활 제대로 할 수 있겠냐'라고 묻거나, 질문의 80%가 '왜 혼자인지, 아이는 혼자 어떻게 키울 것인지' 등이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정부는 모든 아동과 가족에 대한 차별 없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한부모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비혼 출산·양육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여건을 확립해 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일 발표된 관계부처 합동 저출산 대책에는 비혼 출산·양육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야기하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임신부터 출산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통합상담서비스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성가족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혼모·부의 일상 속 차별 및 불편 사항을 10월 2일까지 접수받아 이를 행안부, 교육부, 고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오는 8월부터는 국민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모든 형태의 출산이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 정착을 위한 인식개선 작업과 함께 미혼모·부가 겪는 일상 속의 차별과 불합리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미혼모·부 등 한부모가 임신·출산·양육으로 인한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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