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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속으로] 순환참조를 경계하자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주식시장이 미중 무역분쟁, 고용을 둘러싼 제도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되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해 보면 수출 증가가 제약되는 가운데 내수도 부진하다는 것이다. 내수는 소비와 투자의 두 축으로 움직인다. 투자는 크게 설비 투자와 건설 투자로 구분된다. 건설 투자는 부동산 관련 규제 강화로 늘리기 어려워 보인다. 설비 투자는 기업의 생산 능력 증가에 좌우되는데 내수나 수출이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 전제돼야 한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출 전망 수정이 필요하다. 2018년 1분기 최종 수요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6%에 달한다. 1990년 1분기 약 11%, 2000년 1분기 약 21%, 2010년 1분기 약 31%로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글로벌 경기 정점 우려와 무역분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투자 증가의 걸림돌은 부동산 시장 규제와 글로벌 상황에 따른 수출 제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경협이 본격화하거나 의미 있는 내수 개선이 필요하다.

북한과의 경협을 일단 제외하고 내수의 또 다른 부문인 소비를 살펴보면 증가가 둔화하고 있다. 소비는 소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소득이 소비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소득은 노동시장과 관련이 깊다. 노동시장에서 고용이 개선돼야 소득이 늘어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고용이 좋아지려면 경제가 활력을 찾아야 한다. 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 내수나 수출이 개선돼야 한다. 결국 한국 경제 상황이 개선되려면 내수와 수출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수출은 대외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고, 내수가 좋아지려면 수출과 소득 여건이 좋아져야 하며 소득여건이 좋아지려면 내수와 수출이 좋아져야 한다는 순환 고리가 발생하게 된다. 경제 변수는 상호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활성화해야 하는데 수출이 크게 늘어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 증가를 위해서는 소비 중심의 내수가 살아야 한다. 소비는 소득 증가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는 경제가 활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순환 참조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여러 전달 경로 간에 시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컨대 최근의 노동시장 관련 법 개정에 대해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은 기업의 비용 증가를 가져와 고용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소득 측면에서는 소득 증가를 가져와 소비 여력이 늘어날 수도 있다. 노동시간 축소는 고용 여력을 늘릴 수도 있지만 소득 감소 가능성도 있다. 어떤 제도 변경에 따른 영향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이 양립하고 있고 이는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비교정태적 분석(어느 한 변수를 제외한 다른 변수는 변함이 없다는 가정하에서 분석하는 방법)에서 야기되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경제는 항상 움직이고 있어 동학적인 분석을 해야 하지만 분석의 용이성과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 해당 방법을 이용하게 된다. 동학적 분석을 하려면 비교정태적 분석에 시차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시간을 이용해 다시 분석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 비용 증가로 이어져 노동시장에는 좋지 않은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임금이 올라가는 소득 효과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소비 증가로 이어져 고용 증가의 배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 비용 증가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중장기적으로 기대되는 긍정적 영향이 커질 수도 있다. 투자자의 관점이라면 단기적으로 기업 비용 증가라는 점에 주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긍정적 측면도 고려하면서 투자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시차를 고려한다면 어느 주장이 옳다, 그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현상에 대한 상반된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올바른 투자를 위해서는 현상을 더욱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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