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주 52시간제] “워라밸” 외쳤지만 산별교섭 지지부진…눈치 보는 은행들

입력 2018-07-04 10:28 수정 2018-07-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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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됐으나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내년 7월 시행 대상인 금융권은 조용하다. 애초 올해 조기 도입을 논의했으나 노사가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신 ‘유연근무제’ 등을 시행해 주 52시간제에 대비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4일 중앙노동위원회 2차 회의를 열었다. 앞서 지난달 28일 1차 조정회의를 열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52시간제 도입을 예외로 할 업무 범위와 시기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 1년 유예기간 받은 금융권…‘특수직무’는 고민 =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300인 이상 기업은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한다. 그동안 해석이 분분했던 일요일도 휴일로 포함됐다. 다만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 금융권은 법 시행을 1년 뒤로 미뤄 내년 7월부터다.

그럼에도 금융권이 주 52시간제 도입을 서둘렀던 것은 정부 압박 때문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4월 금융권에 주 52시간 조기 도입을 요청했다. 애초 상당수 은행이 이달 1일부터 조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교섭 중단으로 물 건너갔다.

노사는 현재 특수직무에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는 것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수직무의 경우 근무시간이 다양해 출퇴근 시간을 계산하기 어렵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IT 부서와 자금관리, 운전기사, 경비, 탄력점포, 대관, 국제금융 담당 부서다. 국제금융 부서는 국제 송금 업무와 해외 고객과의 콘퍼런스 콜 등으로 심야 또는 장시간 근무가 불가피하다. 대출 부서 역시 집단대출 시기와 4~6월 기업신용평가 기간에 초과 근무를 해야 한다.

공항 이용자나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탄력점포도 문제다. 24시간 영업하는 곳의 경우 주 52시간제에 맞추려면 교대 근무를 해야 하지만, 당장 추가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노조 측은 전체 직군에 주 52시간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부족한 인력을 채워야 하는데, 예외조항을 많이 두면 52시간제를 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2차 회의에서도 협상에 실패하면 9일 3차 협상에 들어간다. 노조는 중노위 중재에 실패할 경우 파업 등 쟁의행위에 나설 계획이다.

◇눈치 보는 은행들…“산별노조 결과 기다릴 것” = 주 52시간제 조기 도입을 추진 중이던 은행들도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아직 주 52시간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개별은행들은 산별교섭 결과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법 적용까지 1년 남은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급 노조인 금융노조와 은행 대표자 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신 대부분 은행이 퇴근 시간 이후 컴퓨터를 강제로 끄는 ‘PC오프제’와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밤 7시 이후 PC오프제를 도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산상으로는 준비가 다 된 상태”라며 “영업점이 아닌 본점 특수 직군이 문제”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실제 근무 시간을 점검하는 ‘근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외부 전문업체 입찰 공고를 냈다. 조만간 계약할 예정이다.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비교적 준비에 여유로운 편이다. 씨티은행은 이미 2007년부터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PC오프제 역시 단계별로 진행 중이다. 제일은행도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출퇴근 시간을 앞뒤로 30분씩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11시30분까지 집중근무시간으로, 업무에 몰입하도록 했다.

당초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이달부터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도입 시기를 미뤘다. 대신 유연근무제를 확대했다. 오전 7시~오후 1시 사이에 출근해 하루 9시간(식사시간 포함) 근무할 수 있다. 탄력근무제와 선택근무제 등 다양한 근무방식도 도입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지켜지기 어려운 제도라 예행연습을 해서 제도를 안착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DB산업은행도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5월부터 근로시간 단축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PC오프제 전결권을 기존 팀장급에서 부장급으로 올렸다. 좀 더 엄격하게 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방은행인 BNK부산은행은 지난달부터 오후 6시 퇴근을 시행하며, 사실상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정시에 PC오프제를 시행, 오후 6시10분에 전체 불을 끈다. 대신 오전 9시~11시 30분, 오후 2~4시 등 하루 두 차례에 걸쳐 집중근무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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