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 본 한국경제] "최저임금 인상, 면밀한 관찰 필요"(일문일답)

입력 2018-06-20 16:36 수정 2018-06-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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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ㆍ음식업 등 둔화, 최저임금 인상과 연결된 게 아닌가 생각"

▲랜달 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 담당관이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OECD 정책 권고가 담긴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랜달 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 담당관이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OECD 정책 권고가 담긴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랜달 존스(Randall S. Jones)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담당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랜달 존스 담당관은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학자 관점에서 이제 데이터가 수집된 지 5개월밖에 안 됐다. 어떤 판단을 하기에 짧은 기간”이라면서도 “우리가 권고하는 바는 2019년과 2020년, 2021년에 최저임금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현재 상황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하 일문일답.

Q. 2019년까지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놨는데, 중장기 성장률은 어떻게 전망하는지.

A. “OECD는 공식적으로 2년 이상의 경제전망을 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겠다. 한국의 인구통계와 합계출산율(1.05)을 보면 한국은 곧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이다. 다만 개인 견해는 보다 낙관적인 입장이다. 한국은 현재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생산성이 44% 수준이지만 OECD에서 발표하는 학업성취도(PISA)가 세계 최고이고, GDP 대비 R&D 비중도 OECD에서 두 번째로 높다. 사업투자와 대학 졸업률도 상당히 높다. 혁신과 교육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여기에 적절한 정책이 추가된다면 이런 생산성 격차도 좁히고, 인구 고령화 문제도 헤쳐갈 수 있을 것이다.”

Q. 지출규모 확대를 위한 부가가치세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얼마나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A. “장기요양보험이나 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적 지출을 GDP의 10%에서 26%까지 늘리기 위해선 더 많은 세원이 필요하다.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많은데, 경제학자들이 선호하는 세원은 부가가치세다. 임금이나 자본에 대한 세금 인상 대신 경제 성장에 친화적인 부가세 증세를 선호한다. OECD 국가들의 부가세는 평균 19%를 상회하는데 한국은 10%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부가세가 20%다. 물론 부가세는 역진세의 성격이 있어서 저소득층에 더 높은 세율을 부담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부가세 인상뿐 아니라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근로장려세제 같은 정책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어느 정도 늘릴 수 있다.”

Q.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저임금을 인상한 지 5개월 정도 지났다. 현재로선 고용률 증가세가 둔화되는 게 목격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DTI·LTV 규제 등으로 건설경기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고, 조선업 등 일부 산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제조업 분야도 서서히 둔화되고 있다. 요식업과 호텔, 리테일, 도소매 분야도 둔화가 목격되고 있다. 호텔과 식당, 도소매업의 경우 보다 최저임금 인상과 긴밀하게 연결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Q. 한국은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목표로 두고 있는데, 이것이 적절하다고 보는지.

A. “경제학자 관점에서 이제 데이터가 수집된 지 5개월밖에 안 됐다. 어떤 판단을 하기에 짧은 기간이다. 우리가 권고하는 바는 2019년과 2020년, 2021년에 최저임금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현재 상황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Q. 한미 금리 격차가 커지고 있는데, 한국의 적절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언제라고 보는지.

“한국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금리는 1.50%로 역대 최저 금리인 1.25%에 근접했다. 단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얼마 전에 2.2%를 기록했다가 1.4%로 하락했다. 따라서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봐서는 금리를 당장 인상해야 할 적절한 명분이나 설득력은 없다고 본다. OECD는 미국이 2019년까지 연준에서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금리 인상과 관련해 몇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자산가격, 즉 주택가격이다. 한국의 전체 주택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는 은행과 예금기관에서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주택 건설수주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를 고려할 때 우려사항들은 과거보다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Q. 한국의 소득주도 성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A. “소득주도 성장의 경우 정책 성공은 크게 두 가지에 달려 있다. 노동 생산성과 노동 투입량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선 두 가지가 향상돼야 한다. 또 문재인 행정부의 다른 정략들도 성공을 거둬야 한다. 혁신주도 성장과 중소·신생기업 성장이 성공을 거둬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만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혁신주도 성장을 통해 노동 생산성과 임금이 향상돼야 소득주도 성장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한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당분간은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타깃이 2.0%인데 1.5%가 되면서 금리 역전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처럼 경기 과열이 없는 상태에선 경제 진작을 위해 이 상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다양한 재정부양(양적완화)을 활용하고 있다. 경제 상황에 따라 향후 재정부양책을 완화하거나 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달이나 다음달엔 필요없다. 매달 다양한 경제 추세를 지켜보며 결정해야 한다. 지나치게 빠르게 올리면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반대로 지나치게 오래 기다리면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것이다. 유럽은 양적완화가 종식되는 과정이다. 한국도 언제 재정부양책을 서서히 줄일지 결정해야 한다. 당장은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

Q. 한미 금리 격차는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하는지.

A.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어느 정도 타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 전반의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이상적인 수준의 격차는 없다고 생각한다.”

Q. 한국에 전기료 인상을 권고한 것은 탈원전 정책을 감안한 것인지.

A. 온실가스 배출의 경우 한국은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2000년 이래 증가율이 OECD에서 두 번째로 높다. 파리 협정에서 한국은 비EU 대비 37% 감축을 약속했다. 이후 한국은 배출가스의 효율적인 가격 책정을 위해 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했다. 환영하는 바다. 여기에 전기료 인상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같은 조치들을 취해야 파리 협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중 원자력, 화력,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믹스가 어떻게 돼야 하는지는 판단지 쉽지 않다. 일본은 원자력 비중을 30%에서 2%로 줄였지만, 파리 협정을 지키기 위해선 다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독일과 같은 탈원전 국가도 있다. 에너지 비중은 시장을 통해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요식업과 호텔 등의 고용이 최저임금 인상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A. “앞에 설명했듯 내가 봤을 땐 제조업과 건설업, 도소매업 모두 둔화세다. 이 중에 도소매업 둔화가 최저임금 인상과 보다 긴밀히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같은 경우 7~8월쯤에 올해 인상분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아는데, 각 이해당사자들이 얼마나 강력한 협상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내년도 인상분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최저임금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기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는지.

A. “5개월의 데이터로 무엇이 옳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내년도 최저임금을 누군가는 결정해야 할 텐데, 각 당사자의 협상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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