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 산업 성장 가로막는 ‘남성 중심주의’

입력 2018-05-3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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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지 않는 성 차별 공고해…‘남자다운 여자’ 노골적으로 선호하기도”

▲중국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항저우/EPA연합뉴스
▲중국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항저우/EPA연합뉴스
중국 IT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채용, 조직문화 등에서 만연한 남성 중심주의가 기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29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IT 산업은 급성장하고 하고 있다. 중국 IT 공룡 3인방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앞 자를 따 ‘BAT’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그런데 중국 IT 업체가 실리콘밸리를 삼킬 정도로 세계로 뻗어 나가려면 기술뿐 아니라 그에 맞는 의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중국의 주요 IT 대기업들이 최근 저지른 성 차별적 만행은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작년 텐센트는 사내 연례행사에서 ‘구강성교 묘사’ 게임을 해 물의를 빚었다. 행사에서 애플리케이션팀 남자 2명이 가랑이 사이에 병을 두고 여성 직원의 입을 이용해 병뚜껑을 따는 게임을 하며 성행위를 연상시켰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텐센트는 공식 사과문을 올렸고, 해당 직원들을 징계했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디디추싱은 여성 승객들의 외모 평가 시스템을 뒤늦게 개선하겠다며 대책을 내놨다. 지난 6일 허난성 정저우에서 남성 운전자가 한 스튜어디스를 성폭행 한 뒤 살해하는 사건이 생기자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용자들은 그간 디디추싱 앱에 있는 승객 평가 시스템이 여성 승객들의 외모 평가에 이용됐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2016년에도 남성 운전자가 여성 승객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던 디디추싱은 이번 사건 뒤 사용자 얼굴 사진을 기본 이미지로 대체하고, 비상 버튼을 배치해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가치가 200억 달러(약 21조6400억 원)에 달하는 뉴스앱 터우티아오도 구설에 올랐다. 터우티아오는 이달 초 여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인대회를 공동 주최했다.

기업들은 채용 관행을 변경하는 등 남성 중심주의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성 근로자들은 대부분의 성 차별적 관행이 눈에 드러나지 않은 채 여전히 공고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테크걸스코딩의 첸 빈 창업자는 “중국에서는 여성이 프로그래머가 되기 적합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며 “10년 전보다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IT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의 수는 전체적으로 적다”고 밝혔다.

중국 리크루팅 업체 징잡스의 사만다 곽 창립자는 “중국 기업들은 성별 다양성을 충족한 채용을 명시적으로 내놓지만, 이미 합격시킬 지원자의 프로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체로 여성들은 남성성을 강요받는다. 일부 기업에서는 노골적으로 남자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명시하거나 ‘남자다운 여자’를 선호한다고 밝히기까지 한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조안나 웨이 벤처캐피탈리스트(VC)는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 여자들은 강해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차별에 따른 법적 구제 조치가 중국의 모호한 법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인권단체 이퀄리티의 팽위안 설립자는 “중국은 법률에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금지한다고 명시한 점에서는 훌륭하다”며 “그러나 무엇이 차별인지에 대한 정의는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중국에서 성차별은 IT 기업에만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7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성 격차지수는 총 144개국 중 100위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또 9년 연속 순위가 떨어졌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60위, 임금 평등 정도는 70위를 기록했다. 중국 근로자 남성의 평균 연봉은 여성보다 7000달러가 많은 1만9000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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