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악연 LG, 시스템반도체사업 강화

입력 2018-03-21 09:35 수정 2018-03-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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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999년 반도체 빅딜로 현대전자에 LG반도체를 넘겨 준 후 “LG는 전자 및 통신 중심 그룹으로 반도체가 꼭 필요한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모든 것을 더 버리기로 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넉 달간 칩거 생활도 했다. 반도체 사업을 뺏긴 충격을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가 매물로 나오자 재계와 시장의 관심은 다시 LG그룹으로 쏠렸다. 현대전자가 채권단 관리로 넘어가면서 사명이 바뀐 게 하이닉스반도체였다. “LG가 하이닉스를 인수해서 반도체 사업 재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왔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재계는 LG반도체를 뺏긴 충격 때문으로 해석했다.

하이닉스는 결국 SK그룹 품에 안겼다. 이후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을 맞아 SK하이닉스는 최대 실적 행진을 벌이며,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LG 계열사 한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부침이 심한 업종이긴 하지만, 하이닉스를 우리가 가져왔으면 계열사간 시너지 등에서 큰 도움이 됐을 텐데 아쉬운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이 메모리반도체와는 악연이 깊지만, 비(非)메모리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좋은 인연을 맺을지 관심이 쏠린다. 메모리반도체가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이라면, 시스템반도체는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시스템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최근 스마트카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로 떠 오르고 있다.

LG그룹은 2014년 인수한 실리콘웍스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용 구동칩, 전력관리칩 등에서 강점을 보이는데, 최근 전장 등 신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사업개발실도 신설했다. 신사업개발실 내 AMS(오토모티브솔루션)팀, BMS(배터리관리시스템)팀 등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미래 먹거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2016년 국책과제 시스템반도체 상용화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한 자동차 제동장치용 기능통합 시스템온칩(SoC)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인 독일 TUV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실리콘웍스는 LG그룹 주요 신사업인 자동차부품의 수직계열화에 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와 LG이노텍이 전장부품을 맡고 LG화학이 배터리, 실리콘웍스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담당하는 구조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아직 전장분야 등에서 매출은 크지 않지만, 꾸준히 사업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미련은 버렸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리콘웍스를 중심으로 향후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어떻게 키워갈지 주목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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