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편견을 서서히 지우는 활동-맹학교 봉사에서 배운 것

입력 2018-03-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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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든지 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푸근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기와 달리, 조금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이다. 이런 성격은 낯선 이들과 함께하는 상황이나 반가움을 나타내는 가벼운 스킨십을 어려워할 때 유독 뚜렷하게 나타난다.

청주 맹학교에 처음으로 봉사 활동을 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겉모습이 다른 맹학교 사람들에게 이질감이 생겨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처음 보는 어린아이가 내 손을 덥석 잡고는 이름을 가르쳐 달라며 끌고 가기 시작했다. 냉랭한 나의 반응에 주눅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환하게 웃던 아이의 얼굴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명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따라간 곳은 작은 방처럼 생긴 교실이었다. 아이는 점자 찍는 기계를 들고 와 나의 이름과 ‘사랑한다’는 문구를 새겨 나에게 건네주었다. 생경한 기분과 여전히 환한 표정의 아이가 신기해, 아이의 얼굴과 따뜻한 문자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첫 봉사 활동에서 그 아이를 알게 된 후 만남은 계속됐다. 나는 맹학교에서 점자로 번역되지 않은 글을 읽어주고, 점자를 배우는 과정을 함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유로움을 아는 사람은 하루에 세 번 이상 하늘을 본다’는 글을 읽었다. 글을 읽으며 하늘을 보니, 눈이 부실 정도로 햇빛이 쨍했다. 내가 설명하길 주저하자, 옆에 계시던 시각장애인 분은 “하늘을 직접 보지 않아도 햇빛이 쨍한지 알 수 있고, 구름이 많은지 적은지 정도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몇 번의 봉사 활동이 끝난 후에도 만남을 이어가고 싶은 생각에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어느 날, 나는 “새해가 밝아도 특별할 것 없이 작년과 똑같이 흘러갈 것 같다”고 우는소리를 했다. 그러자 그분들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무탈하게 지나가는 것이야말로 특별한 행운”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진심을 담은 따뜻한 위로가 힘이 되는 순간이었다. 맹학교에서 만난 그분들은 당연한 것을 소중히 생각하는 법과 하루를 감사히 여기는 법을 나에게 가르쳐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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