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립의 世想事] 원전 수출,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지혜로 성과 내길

입력 2018-03-13 11:3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치경제부 차장

올 연말,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인 바라카 1호기를 준공할 예정이다. 2009년 12월 27일 UAE 원전 수출을 확정한 지 9년 만으로 우리나라는 ‘첫 수출 원전’, UAE는 ‘자국 내 첫 원전’이란 점에서 기념비적인 일이다.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퇴역식(폐로식)에서 탈(脫)원전을 천명했다. 다만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는 국민의 뜻을 따르기로 하고, 공론화 절차 끝에 건설 재개로 결정 났다.

당시 “국내는 탈원전을 하며, 국외는 원전 수출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 12월 한국전력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의 뉴젠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원전 수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

이런 가운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원전 2기 발주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를 11~13일 방문했다. 백 장관은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이자 원자력재생에너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알팔리(Khalid A. Al-Falih) 장관을 만났다. 우리 정부의 원전 수출 의지를 적극 표명하고, 양국 간 중소형부터 대형 원전까지 원전 전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통상과 구조조정 이슈 속에서도 원전 수출에 공을 들였. 원전 2기의 사업 규모가 2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란 점도 있지만, UAE에 이어 사우디 원전 시장에 진출하면 사실상 중동 지역에서 한국산 원전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이유로 설계·조달·시공(EPC)된 사우디 원전 수출은 EPC에 운영까지 하는 뉴젠 지분 인수 못지않게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사우디의 원전을 수출하면 탈원전 정책 속에 원전 수출에 대한 우려도 일순간 불식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알팔리 장관과의 면담이 성사됨에 따라 “한국이 1차 관문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진 게 아니냐”는 원전 업계의 희망적인 관측이 있다.

하지만 사우디 원전 수출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건설단가(㎾당 1556원), 고장정지율(1.1%) 등 한국 원전의 경쟁력이 있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해 사우디가 정무적인 판단을 내리면 한국은 배제되기 쉽고, 미국이나 러시아의 손을 잡을 수 있다. 페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달 초 알팔리 장관을 만나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원자력협정 체결 등을 논의했고, 러시아도 석유 등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해 사우디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등 원전 수주 기반을 다지고 있다.

우리 원전 기술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세대 원전 모델 APR1400의 유럽 수출형인 EU-APR이 작년 10월 유럽사업자협회 인증심사를 최종 통과했다. 앞서 2016년 8월 한국형 원전(APR-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심사 3단계를 통과했다.

UAE 원전 수출 이후 약 3000일이 되고 있는 지금, 한국 원전 기술·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원전 수출이 우보만리(牛步萬里·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서 만 리를 간다)의 지혜로 성과를 내길 바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또 담배…근무 중 자리 비움 몇 분까지 이해 가능한가요 [데이터클립]
  • 일본은행, 엔저에도 금리 동결…엔ㆍ달러 156엔 돌파
  • 2024 호텔 망고빙수 가격 총 정리 [그래픽 스토리]
  • 민희진 "하이브, 사람 이렇게 담그는구나…날 살린 건 뉴진스"
  • 연이은 악수에 '와르르' 무너진 황선홍호…정몽규 4선 연임 '빨간불'
  • [컬처콕] "뉴진스 아류" 저격 받은 아일릿, 낯 뜨거운 실력에도 차트 뚫은 이유
  • 하이브, '집안 싸움'에 주가 5% 급락…시총 4000억원 추가 증발
  • "KB금융, 홍콩 ELS 보상 비용 8630억…비용 제외 시 호실적"
  • 오늘의 상승종목

  • 04.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012,000
    • -1.15%
    • 이더리움
    • 4,527,000
    • -0.79%
    • 비트코인 캐시
    • 699,500
    • +0.87%
    • 리플
    • 760
    • -0.13%
    • 솔라나
    • 205,000
    • -2.94%
    • 에이다
    • 673
    • -1.75%
    • 이오스
    • 1,200
    • -1.64%
    • 트론
    • 173
    • +2.98%
    • 스텔라루멘
    • 166
    • +0.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5,200
    • -1.45%
    • 체인링크
    • 21,100
    • -0.33%
    • 샌드박스
    • 663
    • -1.1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