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북한의 여론공작? 어림없다!

입력 2018-02-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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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여정이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들고 왔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남북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은 없어 보인다. 이번 제안의 특징이 있다면 과거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 우리가 먼저 제안을 했던 반면, 이번에는 북한이 먼저 제안을 해왔다는 점이다. 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먼저 제안을 해왔다는 점을 보면 북한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지금 북한이 처한 상황을 알 수 있다. 즉,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매서워 북한의 입장이 매우 곤궁해졌다. 그래서 이런 제재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 우리와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짐은 북한이 선수단 규모의 거의 열 배에 달하는 응원단과 예술단을 보냈다는 점에서 이미 읽을 수 있었다. 북한은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잘 안다. 그래서 국민의 여론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선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여론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대규모 응원단과 예술단을 보냈고, 이들을 통해 ‘민족적 감동’을 선사하려 했다.

그런데 북한이 모르는 것이 있다. 통일과 북한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들의 사고(思考) 구조가 기성 세대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북한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젊은 세대들은 기성 세대들에 비해 통일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도 민족적 동질감이라는 집단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집단의식’이라는 용어는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를 구분한다. 기성 세대들은 이른바 집단의식에 젖어 있는 세대다. 이들이 보낸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란 집단의식이 지배하던 시대다. 그래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로 충돌하고, 통일에 대한 시각 차이로 갈등하는 민주화 세대와 산업화 세대들은 얼핏 상이한 의식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집단의식에 충실한 사고방식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공통된 사고 구조가 있기에 충돌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다르다. 이들 세대는 개인적 이익이 집단적 이익보다 우선하는 후기 산업사회에서 자랐다. 그래서 이들은 집단의식보다는 나 자신의 이익을 당연히 먼저 생각한다. 이를 두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런 젊은 세대들의 모습은, 집단이라는 이름 속에서 억눌리고 밟혀왔던 개인적 이익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자존감의 충만’이라고 봐야 한다.

여당 일각에서는 젊은 세대들의 대북관(對北觀)이나 통일관을 두고 지난 10년간의 보수정권 교육의 산물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회적 변화를 몰라도 너무나도 모르는 주장이자, 젊은 세대들의 자존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주장이다. 그리고 교육에 의해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교육 만능주의적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독재라는 집단주의에 철저히 매몰돼 있는 북한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이런 상황을 알 리가 없는 북한은 응원단과 예술단을 보내면 대한민국 내의 대북 여론이 금방 바뀔 줄 알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북한을 보면 불쌍하기까지 하다. 그 정도 수준으로 소위 말하는 대남(對南) 심리전을 벌이려고 하니까 말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이런 시도는 성공을 거둘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북한에 이런 말을 꼭 해주고 싶다. 핵무기로 위협하고 처형으로 공포를 줄 줄은 알지만, 진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은 모른다는 것, 그리고 사회의 변화를 알지 못하는 무덤과 같은 자신들의 국가를 세계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당신들 뜻대로 세상을 움직일 수는 없다는 점을 꼭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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