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영국의 주택 임대 황금기…규제 강화ㆍ대출에 매력 떨어져

입력 2017-12-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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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 수익률, 2001년 이후 최저 수준

▲영국 주택 임대 시장의 황금기가 저물고 있다. AP뉴시스
▲영국 주택 임대 시장의 황금기가 저물고 있다. AP뉴시스

영국에서 재테크 방법으로 인기를 끌었던 주택 임대 시장의 황금기가 저물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집 한 채로 임대 수익을 얻던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최근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1990년대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며 통산 183골을 넣은 영국 축구선수 로비 파울러는 팬들에게 ‘신’으로 불린다. 그의 활약은 축구에 그치지 않는다. 50채가 넘는 주택을 임대하며 재산을 불린 그는 ‘로비 파울러 부동산 아카데미’를 열었다. 그는 부동산 임대업자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영국인이 주택 임대 시장에 뛰어들었다. 1996년부터 부동산을 담보로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주는 모기지론이 도입되면서 주택 구입이 쉬워진 덕분이다. 게다가 정부가 신규 주택 건설을 제한하면서 주택 가격은 상승했다. 지난 20년 동안 주택을 매입해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이른바 ‘Buy to let’ 투자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오늘날 영국 성인 30명 중 한 명, 의회 의원 4명 중 1명은 주택 임대업자다. 주택 임대업자의 3분의 1은 은퇴 후 저축 이자 수입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향했다. 이들이 벌어들인 임대료는 연간 550~650억 파운드(약 94조5509억 원)로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 100만 명의 연간 급여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임대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2016년 영국 정부는 주택 매입자에 부과되는 세금을 높였다. 임대업자를 포함한 두 번째 주택 구입자에 대해 인지세를 3%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4월에는 임대업자의 소득세에 대한 비용 공제 규정을 강화했다. 반면 임대 수익률은 하락했다. 영국 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임대사업의 수익률은 5%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기록이 시작된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01년 수익률은 7.5%를 기록했다.

대출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임대업자는 임차인을 내쫓을 수 없어 주택 매도가 힘들다. 집값이 하락했을 때 자가 거주자보다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크다. 모기지론으로 주택을 구입했다면 금리의 영향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금리가 상승하면 월별 상환액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영국 은행이 지난달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임대업자는 자가 거주자보다 대출 상환 문제를 겪을 확률이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임대업자들은 모기지 대출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당국이 주택 임대업자의 대출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부분 임대업자는 위기 상황에 취약하다. 소규모 ‘아마추어’인 경우가 많아서다. 주택임대업자 10명 중 6명은 집 한 채로 수익을 얻고 있다. 관리도 부실하다. 개인 임대 주택의 약 30%는 난방이나 수리 등 기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부적절’ 등급으로 분류된다. 공영 주택의 부적절 등급 비중이 15%인 것과 대조적이다.

내년부터 소규모 임대업자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1월부터 자본이득세에 대한 규정이 수정되면서 사업자로 등록된 임대업자의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고품질 주택을 대규모로 임대하면서 ‘규모의 경제’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마추어 임대업자의 황금기는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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