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취 감춘 ‘여성친화기업’

입력 2017-11-23 10:44 수정 2017-11-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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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산업2부 기자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다음에 할게요.”

최근 기업의 조직문화를 취재하고자 섭외를 요청한 곳에서 들은 한결같은 답변이다. IT, 제조, 식음료, 패션, 뷰티 등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 10여 곳에 취재 요청을 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자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2년 넘게 ‘W기획_여성친화&양성평등 기업을 찾아’라는 문패를 달고 이에 걸맞은 조직문화를 발굴·취재해 왔지만, 요즘같이 취재의 벽이 높게 느껴지긴 처음이다. 여성·가족친화기업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다니던 시절, W기획의 시작점인 2015년으로 회귀한 듯하다.

기업이 ‘지금’이라고 시점을 언급하며 조직문화 공개 대신 침묵을 선택한 이유는 최근 불거진 기업 내 상사의 갑질과 성희롱 사건 때문이라는 게 기자의 심증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들 스스로 ‘여성친화’를 내세우며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 자부했으나, 정작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무마 혹은 은폐로 대응하며 여성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려는 행태로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았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기업들에 ‘우리 조직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섣불리 조직문화를 알리고 드러냈다가 오히려 잘못된 위기관리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잔뜩 움츠러든 분위기다. 한동안 조직 내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열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우리가 더 잘하고 있다”고 피아르(PR)에 열을 올리던 모습과는 상반된 요즘 상황이 씁쓸하기만 하다.

스스로 부족함을 인지했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을 감추거나 숨기려는 폐쇄성 기질이 발동한다. 실패는 자인하고 공유하면서 발전 전략을 찾고, 성공은 나누고 소통하며 널리 전파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이제 기업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여성인재발굴·양성 - 기업경쟁력 제고 - 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할 주체인 기업들이 상황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기는커녕 사회적인 분위기를 핑계 삼아 퇴보하는 것이 아닌지 자성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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