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230. 수원권씨(脩媛 權氏)

입력 2017-11-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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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로 헌강왕의 명복을 빈 후궁

수원 권씨(脩媛 權氏)는 신라 49대 헌강왕(憲康王, 재위 875∼886)의 후궁으로, 법호(法號)는 수원(秀圓)이다. 후궁의 품계 중 하나인 수원(脩媛)은 정2품에 해당된다. 그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 ‘삼국유사’에는 없다. 9세기 중후반에 최치원이 찬(撰)했다고 알려진 ‘불국사고금창기(佛國寺古今創記)’를 비롯한 불국사 관련 자료 중 ‘화엄불국사비로자나불문수보현보살상찬병서(華嚴佛國寺毘盧蔗那佛文殊普賢菩薩像讚幷序)’에 보인다. 불국사에 비로자나불과 문수보현보살상을 바친 것을 기록한 문서이다.

그 기록에 따르면 수원 권씨는 헌강왕 사후 명복을 빌기 위해[追福] 비구니가 되어 불국사에 머물렀다. 불국사 광학장(光學藏)의 강실 왼쪽 벽에 그린 불상은 수원 권씨가 명복을 추봉하기 위해 모신 것이다. 호두묘수(虎頭妙手), 즉 중국 동진(東晉)의 고개지(顧愷之, 344~466년경)처럼 뛰어난 화가를 불러 그린 불상으로, 부처님의 좌우에 보살이 근엄하게 늘어서 있고, 가람은 동서로 빛나는 형세였다. 부처의 화상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글로는 형언할 수 없다고 하였다.

수원 권씨가 헌강왕을 위해 부처의 상을 그리게 했고, 그 후에 최치원이 찬하였다. 최치원이 찬한 시점은 ‘광계정미년 1월 8일[光啓丁未正月八日]’로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신라 50대 정강왕(定康王, 재위 886~887) 2년인 887년에 해당한다. ‘삼국사기’ 본기에서는 헌강왕이 죽은 해를 886년 또는 887년이라고 기록하였다.

위의 문건에서는 헌강왕이 죽은 이후 당으로부터 추증된 ‘증태부(贈太傅)’라는 칭호가 보이므로 887년 이후에 찬이 씌어졌다고 보는 게 합당할 것이다. 이에 최치원이 두 번째로 입당(入唐)한 시기인 신라 51대 진성여왕(眞聖女王, 재위 887~897) 7년(893) 이후 쓰였다고 보기도 한다. 수원 권씨가 바친 부처상은 비로자나불(Vairocana)로, 노사나(盧舍那) 또는 대일여래(大日如來)라고도 하는데, 두루 빛을 비추는 존재라는 뜻이다. 형상이 없고, 어느 곳에나 존재하며 일체중생을 보호하여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청정법신(淸靜法身)이라고 한다.

불국사에는 국보 제26호인 금동비로자나불(金銅毘盧蔗那佛)이 있다. 조각 양식의 특성으로 보아 9세기 중후반에 만든 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이에 수원 권씨가 상찬한 비로자나불이 불국사의 금동비로자나불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최치원 찬에 의하면 수원 권씨가 조성한 부처상은 금동불이 아니라 불화인 것을 알 수 있다.

왕이 죽은 이후 비빈(妃嬪)들의 삶은 어떠할까. 수원 권씨는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어 절에서 거주하며 명복을 비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왕의 죽음과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이는 그에게 또 다른 삶의 의미가 되었을 것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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