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프랭크 에이렌스 ‘현대자동차 푸상무 이야기’

입력 2017-07-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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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 한국기업

“정몽구 회장은 전설처럼 아침 6시 30분에 출근했다. 임원은 늦어도 6시 20분까지 사무실에 나와 있어야 된다는 뜻이다.”

한 미국인의 눈에 이런 사실은 얼마나 놀라웠을까. 프랭크 에이렌스의 ‘현대자동차 푸상무 이야기’는 현대자동차 홍보 담당 임원으로 일했던 인물이 쓴 한국인, 미국인 그리고 한국에 관한 책이다. 현대자동차에 근무했던 3년 정도의 경험담을 담았지만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서 18년간 기자로 일하다가 2010년 현대자동차로 옮겨 2013년 말까지 글로벌 홍보부문 상무 겸 대변인으로 일했다. “자신의 경험담을 멋진 책으로 담을 수도 있구나!”라는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서구인의 눈에 우리가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고 우리와 그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무엇보다 저자의 필력 덕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충격을 받았던 일을 털어 놓았다. “볼일을 보고 있는데도 남자 화장실에 여성 청소원이 들어온다. 모든 자동차가 차창에 짙은 색으로 소위 ‘썬팅’을 해놓았다.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정장 차림에 욕실 슬리퍼나 샤워 샌들을 신고 있다. 식사 때 음식이 개인별로 나오지 않고, 큰 그릇에 담긴 음식을 함께 먹는다.”

저자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삶은 최빈국(最貧國)을 벗어나서 물질적으로는 부유한 나라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른 의미에서 고달픈 생활이다. 그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 사회가 겪은 ‘중년 위기’에 주목한 점은 인상적이다.

“한국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서서히 진행된 사회의 경직화로 20년에 걸친 장기 침체를 겪게 되는데, 여러 면에서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으며 그 뒤를 바짝 뒤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년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저자의 번뜩거리는 관찰력과 직관력은 이처럼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3년이라고 하면 그다지 길지 않은 기간임에도 한국 사회의 곳곳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그의 눈에 현대자동차의 수뇌부는 어떻게 보였을까. “단신이지만 단단한 체구의 정몽구 회장은 직선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전형적인 구시대 인물이다. 얼굴에 밴 미소에 카리스마가 넘쳐난다. 자기 아버지와 달리 정의선은 한국어 억양이 약간 남아 있지만 매우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낙천적이고 순진한 성격을 갖고 있고, 한국의 다른 재벌 총수들과 달리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자신감이 넘치고 솔직한 성격이라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스스럼없이 가까이 있는 동료들에게 물어보며 도움을 청한다.”

그는 한국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먼저 힘들었던 것이 ‘회식’이라는 관행과 ‘음주문화’였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물론 이런 것들도 점점 잊히고 지금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으며, 이따금 그립기까지 하다고 한다. 책의 말미에는 신사옥 건립 계획이 추진되는 동안 주주들이나 언론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아쉬움으로 꼽는다. 그는 현대자동차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특히 리더십에 후한 점수를 준다. “정의선 부회장은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실은 현대차의 디자인 방향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그가 자기 아버지보다 좀 더 협력적이고, 평등주의적이고, 의사소통을 중시하며, 그리고 좀 더 혁신적이기를 바란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에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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