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신중현,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다

입력 2017-06-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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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하루에도 수많은 신곡이 쏟아진다. 단 몇 분도 대중의 귀에 머물지 못하고 사라지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기곡도 얼마 지나지 않아 뇌리에서 잊힌다. 유행가의 숙명일까.

단명(短命)의 유행가 운명을 거부하며 긴 생명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가 대중의 귀를 다시 잡는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아름다운 그 모습을/ 자꾸만 보고 싶네….” 장기하 등 신세대 가수들의 감각과 신선한 감성이 가미돼 재탄생한 신중현(79)의 ‘미인’이다. 7일 출시된 앨범 ‘신중현 The Origin’ 수록곡 중 하나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헌정 앨범이다. 1974년 발표돼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미인’은 2017년에도 여전히 전문가의 극찬을 받고 후배 가수들의 리메이크 원곡으로 사랑받으며 대중의 입에서 자주 불린다.

“한국 록의 대부”(20대 대학생)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확장한 천재 뮤지션”(30대 자영업자) “‘거짓말이야’‘아름다운 강산’ 등 명곡 창작자”(40대 회사원) “오랜 세월 흘러도 여전히 세련됨으로 다가오는 노래를 만든 아티스트”(50대 교사) “김추자, 장현, 박인수 등 수많은 스타 가수를 배출한 작곡가”(60대 주부)…. 신중현에 대해 세대마다 부여하는 의미, 평가, 관심의 차이는 있지만, 음악적 도전정신과 다양성, 독창성으로 세월이라는 비평과 비판을 견디며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노래로 한국 대중음악을 한 차원 진화시킨 뮤지션이라는 점은 공통으로 인정한다.

1957년 미8군 클럽 기타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한 신중현은 1962년 한국 최초 록그룹 에드훠를 결성한 뒤 1964년 ‘빗속의 연인’ ‘커피 한 잔’ 등이 수록된 록 음반을 발표했다. 이후 신중현과 엽전들, 세 나그네 등 10여 개 록밴드를 이끌며 ‘미인’ ‘아름다운 강산’ 등 한국 기념비적 사건으로까지 명명되는 명곡들을 만들었다. 또한, 작곡자 겸 프로듀서로 나서 ‘님아’의 펄시스터스, ‘거짓말이야’의 김추자, ‘봄비’의 박인수, ‘미련’의 장현, ‘꽃잎’의 이정화, ‘봄’의 김정미 등 1960~1970년대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신중현의 음악이 짧은 기간 이용되며 버려지는 일회용 인스턴트 감성 상품으로 치부되며 대중의 취향을 저급화한다는 비판까지 받는 유행가의 굴레를 벗고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며 수많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이영미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한국 대중가요사’에서 “신중현의 작품은 단지 양식적으로만 참신하고 충격적인 것이 아니라 선율과 화성, 가사도 참신했다. 신중현의 음악은 기성 가요계의 한가운데서 그 경향들과 결합한 것이었고 오히려 참신할수록 더욱 과감하게 대중 취향적 특성을 받아들임으로써 넓은 수용층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실험성과 독창성에만 머물지 않고 대중 취향을 절묘하게 수용함으로써 시대를 가로질러 다양한 세대의 귀를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적 감성과 서구적 스타일의 조화와 탁월한 진행이 돋보이는 ‘미인’ ‘거짓말이야’ ‘아름다운 강산’ 등 신중현의 노래는 시대와 호흡하면서도 시대를 뛰어넘는 음악적 완성도를 갖췄기에 오래 사랑을 받고 있다.

“음악이 저의 운명이고 천직이기에 온 힘을 다해 음악을 했습니다. 음악은 어디까지나 음악이라는 것, 결코 철학이나 장사가 돼서는 안 됩니다. 돈 벌려고 저질로 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무슨 철학이라도 하는 듯 현학적인 말을 늘어놓는 스타일도 진정한 대중음악이 아닙니다.” 신중현이 평생 이 같은 음악적 인식과 자세를 견지했기에 그의 음악이 유행가의 숙명을 뛰어넘으며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 그런데 요즘은 신중현의 음악처럼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노래가 없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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