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19. 강은교(姜恩喬)

입력 2017-05-2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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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론적 시각서 여성성 탐구한 허무 시인

‘허무’의 시인 강은교(姜恩喬)는 1970~80년대 한국 대표 여성 시인이다. 1945년 12월 13일 함경남도 홍원군 풍산리에서 태어나 100일 만에 서울로 월남한다. 이미 월남한 아버지와 만난 그는 서울에서 생활을 하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또 다시 관직 임무 수행을 위해 떠난 아버지를 찾아 부산으로 피란을 가게 된다.

방위(龐偉)의 박사논문에 의하면, 이때의 월남 경험으로 얻은 남한에서의 이방인 의식, 식민지 시대 독립운동가였다가 해방 이후에는 정부 고위 관직을 지닌 아버지의 행적을 따라 다니며 체험했던 유랑 경험은 이후 그의 비극적이고 해체적인 실존적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강은교는 명문 경기여고를 거쳐 곧바로 연세대 영문과에서 수학한다. 니체, 하이데거, 릴케, 딜런 토머스, 제임스 조이스, 카프카, 포크너 등에 심취해 있었던 문학도는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 공모에 ‘순례의 잠’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장한다. 이후 1969년 2월에 윤상규, 임정남, 김형영, 정희성, 석지현 등과 1970년대 대표 시동인인 ‘70년대’ 동인 활동을 한다. 70년 ‘샘터’사에 입사하고, 1971년 첫 시집 ‘허무집’을 발간한 이후 ‘풀잎’(민음사·1974), ‘빈자일기’(민음사·1977), ‘소리집’(창작과 비평사·1982) 등 몇 권의 시집과 산문집 ‘추억제’(민음사·1975), ‘순례자의 꿈’(나남·1988)을 발간한다.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거쳐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역임, 현재는 같은 학과 명예교수이다.

강은교의 초기 시는 죽음과 자본주의적 삶의 폭압성에 부딪힌 존재의 한계를 ‘이념적 발언’보다는 ‘허무’라는 철학적 인식을 끝까지 밀어붙여 초극해 내려 했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런 존재론적 인식이 늘 잉여의 삶으로 강요받았던 여성성과 결합된 것이라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시인은 초기 시집 ‘풀잎’에 ‘바리데기 여행(旅行)의 노래’ 연작시 5편을 게재하는데, 이후 이 모티브는 1996년 시집 ‘어느 별에서의 하루’에 ‘바리데기, 가장 일찍 버려진 자이며 가장 깊이 잊혀진 자의 노래’라는 부제가 달린 6편의 바리데기 주제의 시를 통해 부활한다.

죽은 혼령을 저승으로 보내는 제의이기도 한 ‘바리데기’ 신화의 차용은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해방되고자 한 여성 주체들은 물론, 격동의 70~80년대를 지나 깊은 이념적 회의에 빠진 90년대 피폐한 존재성을 구원하고자 시도된 것이다. 이러한 강은교 시의 비의적(秘儀的) 상상력은 시인이 한국의 역사적 상처를 얼마나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시대를 초월한 그의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연민과 결합되면서 그 내포적 파장력을 더욱 크게 이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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