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ㆍ崔 혐의 모두 부인…검찰 "사익 위해 법치주의 훼손"

입력 2017-05-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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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뇌물을 요구하거나 받는 등 18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자신의 첫 재판에 나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40년 지기인 최순실(61) 씨도 억울해하며 박 전 대통령 편을 들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의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에서는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이원석(48ㆍ27기) 특수1부 부장검사와 한웅재(47ㆍ28기) 형사8부 부장검사 나서 18개 공소사실을 50여분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부장검사는 "대통령은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대통령이 사사로운 이득을 취득하기 위해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 구속돼 법정에 서는 모습은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이라면서도 "사법절차가 이뤄져 법치주의 확립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55ㆍ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는 "18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사실은 엄격한 증명에 따라 기소한 게 아니라 추론과 상상에 기인해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박 전 대통령에게 범행을 저지를 만한 동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기본 재산은 누구도 사용할 수 없고 보통 재산도 엄격하게 재단 설립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며 "자기가 쓰지도 못하는 돈을 받아서 왜 재단을 만들었겠냐"고 반문했다.

유 변호사는 "공소장 어딜 봐도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 지 공모관계 설명이 없다"고 했다.

더불어 검찰이 제시한 상당수 증거가 언론 기사인 점도 언급했다. 유 변호사는 "언제부터 대한민국 검찰이 언론 기사를 형사 사건 증거로 제출했는지 되묻고 싶다"며 "만약 그 논리로 검찰의 '돈 봉투 만찬 사건'을 적용하면 사건 당사자들을 부정처사후수뢰죄로 얼마든지 기소 가능하다"고 비꼬았다.

유 변호사는 이날 혐의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대기업을 압박해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받아낸 혐의에 대해서는 "재단 설립을 지시한 적 없다"고 했다. 삼성 뇌물 수수 혐의 관련해서도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롯데ㆍSK 측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뇌물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른바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관련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적 없다"고 했다. 그는 "설사 박 전 대통령이 좌편향 단체에 대해 어떤 말을 했다고 치더라도 그 말 한마디로 지금의 블랙리스트 작성 등 일련의 과정까지 책임을 묻는다면 살인범 어머니에게 살인죄 책임을 묻는 것과 뭐가 다르겠냐"고 날을 세웠다.

재판부가 "피고인도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는 게 맞냐"는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과 입장이 같다"고 답했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추후에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최 씨 측도 이날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법리적으로도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이 정치ㆍ사회상황 변화에 따라서 애초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던 사건을 뒤늦게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고도 비판했다. 최 씨 측은 "검찰이 출연기업 중 일부, 롯데ㆍSK를 선별해 뇌물로 기소하는 변화무쌍한 공소기술을 발휘했다"며 "이것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씨 역시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얻어 "40여년 간 지켜본 박 대통령을 나오게 해서 제가 너무 죄인 같다"며 울먹였다. 그는 "박 대통령은 뇌물이나 이런 걸 갖고 움직인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며 편을 들었다.

이에 대해 이 부장검사는 "언론 기사를 근거로 삼았다고 하는데 정치 법정이 아니다"며 "법과 증거에 따라 사실관계를 판단하고 기소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정치나 촛불집회 상황에 따라 기소한 게 아니다"며 "법과 원칙, 증거, 사실관계 외에 고려할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최 씨의 삼성 뇌물 사건과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병합해 함께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건의 공소사실이 같은 만큼 병합해 심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소 주 3회 재판을 열어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다음 재판은 2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날은 박 전 대통령만 출석한다.

공판기일인 이날 재판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나란히 법정에 출석했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둘이 마주한 셈이다. 둘은 재판 진행 내내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꼿꼿한 자세로 정면만 응시했다. 다소 불안한 모습의 최 씨 역시 박 전 대통령을 쳐다보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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