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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정책진단] ③ 4차 산업혁명 “10년 이후 보고 구체적 정책 내놔야”

[이투데이 세종=이정필 기자]

“대기업 횡포 없애야 신생 벤처기업 살아…단가 후려쳐 기술력 외국으로 이탈”

최근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우리 생활 전반에 녹아들면서 삶의 모습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 같은 4차 산업혁명이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란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스마트코리아 구현을 위한 민관 협업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제시했다. 또 신생기업에 대한 자금 및 판로 지원을 확대하고,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ICT 강국인 우리나라가 흐름에 역행하지 않고 선전하려면 긴 호흡을 갖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4차 산업혁명에 앞서 그 이상의 사회적인 대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바로 대기업과 기술력을 가진 신생기업 간 주종 관계로 고착된 악질적인 산업 구조를 송두리째 뿌리 뽑는 일이다.

◇미완성인 4차 산업혁명 공약… 실현 가능한 구체적 정책 나와야 =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일자리 분야 공약과 달리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공약은 아직 개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는 세계적으로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 어젠다가 늦은 감은 있지만 적절했다는 평이다. 다만 현 정부에서 모든 것을 완성하려는 과욕을 버리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10년 이상 길게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4차산업혁명연구부장은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를 맞은 후 20년 동안 새로운 발전 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며 “DJ정부 때의 지식경제, 노무현의 혁신, 이명박의 녹색, 박근혜의 창조 등 네 번의 정책 실험을 했는데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는 신뢰 인프라 구축에 실패해 변변하게 시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면서 “이제 4전 5기를 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중국이 우리를 앞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데이터 시대를 맞아 국가차원에서 데이터 혁명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모든 것이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돼야 하고, 그 기록을 토대로 평가가 이뤄지는 데이터 기반 신뢰사회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세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은 해외 선례를 무턱대고 따를 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발전 경로와 단계, 환경 등을 면밀히 따져 정책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며 “단기간에 답이 나올 수 없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는 기간이 임기 내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국내외 선행연구를 보면 신산업이 대두되면서 사라질 일자리들이 많이 있다”면서 “5년 이내 나올 부정적 여파를 상쇄할 만큼 긴 호흡을 갖고 실증연구에 기반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정권에 모든 걸 완성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연구 뒷받침 없이 예산만 늘리면 더 큰 화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주훈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차 산업혁명 공약의 경우 아직은 일자리 공약처럼 선명하게 드러난 게 안 보인다”며 “조선과 철강 등 기존의 주력산업들이 서서히 문을 닫기 시작하는데 새로운 분야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초 원천기술이 굉장히 약한데 연구개발(R&D) 투자 재원의 75%가 기업”이라며 “다른 선진국은 못해도 공공분야에서 40~50%를 커버하는데, 우리나라는 상품 개발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원천기술이 약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재부나 산업부 등 경제부처에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해 당장의 연구 성과를 요구하는데 애초에 콘셉트가 잘못 됐다”면서 “올해 투자하고 내년에 수익을 내라는 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기업 단가 후려치기에 기술 경쟁력 가진 벤처기업은 해외로 = 4차 산업은 유연성과 속도감이 핵심이다. 급변하는 시대상에서 최신기술 또한 자고 나면 구시대 유물이 되는 탓이다.

이런 상황은 불과 2~3명이 모인 벤처기업이 기존의 공룡기업을 실력으로 누를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구조상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가 나올 일은 만무하다는 것이 공통된 평이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하드웨어의 경우 중소벤처의 이윤을 보장하지 못해도 최소한 원자재 비용은 건지는데, 4차 산업 핵심인 소프트웨어는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으로 일을 계속 시키니까 업계 관행이 고약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로동 벤처기업들 가보면, 젊은 사장들 만나보면 기술력이 높을수록 국내 대기업과는 거래를 안 하겠다고 한다”면서 “대기업이 아웃소싱으로 단가를 후려치니까 그런 건데, 이는 미래 파트너를 스스로 잃는 것이고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래부나 산업부나 각 부처별로 표준계약서가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정글이 됐다”면서 “지적재산, 무형자산에 대한 정당한 프라이싱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전반적인 기업 생태계를 개선해 공정거래 관향을 정착시켜야 한다”며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찍어 누르는 게 아닌 상생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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