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장미 대선과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단상

입력 2017-04-24 10:42 수정 2017-04-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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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5월 대통령 선거를 두고 ‘장미 대선’이라고 부른다. 이제까지와 다른 계절에 대선을 치르니 차별화를 위해 이름을 붙인 모양인데, 부르기도 좋고 느낌도 부드러워 누가 처음 불렀는지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이 장미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정부 조직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몇몇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1948년 이래 61차례의 정부 조직 개편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무슨 목적으로 다시 정부 조직을 수술실로 보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많은 중소·중견기업과 시민 그리고 정책 수요자들은 빈번한 정부 조직 개편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이 논쟁에 불을 지펴왔을까.

곰곰이 따져 보면 먼저 이전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부처와 산하기관, 그리고 연결된 소수의 기업이 있다. 둘째, 5년마다 돌아오는 정부 조직 개편이라는 장을 활용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학회와 교수들도 있다. 셋째, 조직 개편 논의에서 적극적인 주장과 강한 요구 조건을 내걸면서 실상 자신이 속한 단체와 조직의 위상, 그리고 기관장의 영향력 확장을 꾀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물론 더욱 객관적인 시각으로 정부 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예컨대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디지털 경제에 적합한 정부 조직, 분권형이나 분산형 협업 구조, 유럽 방식의 성과 지향적인 조직 체제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가장 높은 혁신 성과를 보여 온 미국은 사실상 조직 개편을 거의 하지 않았고, 일본 역시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두 번의 통폐합(統廢合)이 있었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 조직 개편은 선택의 문제이지 당위성에 따라 그때그때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역사와 외국의 사례로부터 배울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이번 장미 대선 이후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유를 정리하면 우선 그럴 시간이 없다. 북핵, 트럼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재하는 마당에 정부 조직 개편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뜻이다. 둘째,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없다. 직무에 대해 이해하기도 전에 판부터 갈아엎을 순 없는 일이다. 셋째, 예전 조직 개편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한풀이나 여러 이해집단의 이기적인 요구를 대선 캠프가 제대로 따져 보지도 않고 수용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손을 안 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그래도 꼭 해야겠다면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 주길 바란다.

여러 후보의 공약에 공통으로 등장했던 내용 중에서 부처 명칭과 조직의 임무가 일치하지 않는 과학 담당 부처, 시민들의 개편 요구가 높은 교육 담당 부처, 지방분권을 위해 축소해야 하는 지방 행정 담당 부처, 실제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중소기업 전담조직 정도를 해당 부처에 반론권(反論權)을 준 상태에서 합리적인 토의를 거쳐 개편을 검토하는 게 옳다고 본다.

예를 들어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개발에 초점을 둬야 할 부처가 왜 창업과 기술사업화 그리고 중소기업 지원에 업무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과학계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중·고등학교 교과서와 각급 교육행정 처리 기준을 중앙 부처에서 처리하는 문제, 산학 협력과 인력양성사업에 관한 범부처적 협력 필요성에 대한 교육계와 중소·중견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이다. 또 지방 분권과 지역 산업 육성이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 세대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중앙정부와 지방 자치단체의 협업 구조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전담 조직은 협회나 단체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전담 조직이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정책 수요 때문에 어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중소·중견기업의 가려운 데를 조금이라도 긁어주는 것이 아닐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화려한 조직 설계보다는 진정성 있는 운영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4년간 겪어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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