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려다 세금 폭탄… 대법원 "180억 기부에 140억 세금은 부당"

입력 2017-04-21 09:11 수정 2017-04-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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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증여' 막으려고 만든 규정이 오히려 기부 막는다는 지적도

(대법원)
(대법원)
편법 증여와 무관한 선의의 주식 기부에 거액의 세금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0일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황필상(70) 전 수원교차로 대표가 190억 원대 기부를 했다가 140억 원의 세금 폭탄을 맞으면서 논란이 됐다. 황 전 대표는 2002년 자신의 모교인 아주대에 수원교차로 주식 90%(당시 평가액 180억 원)와 현금 15억 원을 기부했다. 대학은 이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원장학재단(옛 황필상아주장학재단)을 설립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기부금 중 주식의 비중이 5%를 넘을 때 세금을 부과하게 돼 있다. 공익재단을 통해 편법으로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2009년 규정이 신설될 당시 황 전 대표처럼 순수 기부의 경우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세무당국은 2008년 이 규정을 근거로 황 전 대표에게 증여세 140억 원을 부과했다.

대법원은 세금 부과가 잘못된 것이라고 봤다. 상증세법 규정의 취지는 기부자가 주식을 출연한 뒤에도 법인의 최대주주로 남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황 전 대표의 경우 주식을 출연하기 전에 최대주주였지만, 주식 기부로 인해 그 지위를 잃었으므로 이 규정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이다.

대법원은 황 전 대표가 상고한 후 6년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 사이 황 전 대표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 3월 31일 기준 황 전 대표의 체납액은 244억 원이다. 이 금액도 과세당국이 부과할 수 있는 세금의 최고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대표는 선고 직후 "그나마 이렇게 해결돼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황 전 대표가 기부한 돈으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지금까지 총 2700명에 이른다. 황 전 대표를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의 소순무 변호사는 "황 전 대표가 재단 설립에 구체적으로 관여하거나 주도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파기환송심에서의 승소를 확신했다.

이번 사안처럼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공익법인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전문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법 탓에 이번 사건 1, 2심도 엇갈린 결론을 냈다. 1심은 원고 승소 판결한 반면, 항소심은 "황 전 대표가 재단 이사장을 연임하고 대표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재단에 영향력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고, 세금 부과 처분은 현행법 내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황 전 대표는 "제대로 장학사업을 하느냐 안하느냐 핵심을 봐야 한다"며 "탈세하면 그 때 세금을 때리면 되는데 왜 그런 법은 못 만드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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