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한국 기업, 아세안 국가 인재 채용…서로에게 ‘윈윈’

입력 2017-03-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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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이 말하는 코리아…필리핀 출신 마릴린 마날라이사이-싱가포르 출신 유스잉

▲마릴린 마날라이사이(왼쪽)와 유스잉(오른쪽)이 한국의 기업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공 = 한-아세안센터
▲마릴린 마날라이사이(왼쪽)와 유스잉(오른쪽)이 한국의 기업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공 = 한-아세안센터

회식, 야근, 위계질서(位階秩序) 등 한국의 기업 문화로 꼽히는 것들은 대개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글로벌 인재’를 외치면서도 기업 스스로는 낡은 문화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류를 사랑하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젊은이들이 한국 기업을 쉽게 사랑하지 못한다면 이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일찌감치 한국 기업에 취직한 이들은 한국에서 일하는 이점이 분명히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한국의 기업 문화에도 점점 눈을 뜨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지난 25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의 한 - 아세안센터에서는 한국에서 직업을 찾고자 하는 아세안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쓰는 법, 면접 준비하는 법 등에 대한 멘토링 강연이 있었다. 연사로 나선 GS건설의 마릴린 마날라이사이(35·필리핀)와 패션 브랜드 세븐킥스의 유스잉(27·싱가포르)을 강연 직전 만났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의 매력은 무엇인가

마날라이사이 “실력이 있고 열정이 있는 만큼 인정받기도 쉽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외국인으로서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야근 문화라든지, 가정보다 일을 중시하는 점 등이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그만큼 업무를 중시하기 때문에 커리어를 쌓으려는 본인 욕심이 있다면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게 장기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유스잉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유학을 온 경우이다. 2012년에 이화여대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오게 됐고, 그 계기로 2015년 연세 어학당에 다니게 됐다.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었는데,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시아에서 한류 열풍이 거센 만큼 한류 팬들에게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은 나이, 직급에 따른 위계질서가 있는데, 적응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마날라이사이 “처음에는 직급을 고려하고 의사소통해야 하는 면이 있어서 낯설었다. 예컨대 필리핀 말에는 ‘눈치’라는 단어가 아예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사회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유스잉 “싱가포르에서 1년 반 동안 정규직으로 일한 적 있었는데, 그때와 비교해 보면 한국 회사가 좀 더 자유롭지 않은 느낌이 든다. 예컨대 직급을 따지는 문화가 있다. 기업 문화가 아닌 나라의 문화 차이일 수 있는데, 싱가포르에서는 상사에게 말을 걸려면 그냥 이름을 부르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약에 상사의 이름만 부르면 대개는 예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부장님’, ‘대리님’과 같이 직급을 불러야 한다. 그런 분위기가 조금 딱딱하게 느껴졌다.”

△회식 문화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날라이사이 “다니는 회사가 건설회사이다 보니 회식 문화가 처음에는 가장 힘들었다. 왜 다음 날 힘든데 꼭 술을 마셔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되는 면이 생겼다. 회사 안에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을 회식 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사실 한국 기업은 위계질서가 심하다. 계급, 나이 등의 차이가 나서 쉽게 소통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이야기할 기회가 없으니까 오해도 쌓이기 쉽다. 그런 오해를 저녁에 밥 먹으면서 다 풀 수 있었다. 그때부터 한국의 회식 문화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또 술을 못 마시면 그냥 주스를 따라 달라고 말하는 등 요령을 터득하고 난 뒤로 회식이 즐겁게 느껴졌다.”

유스잉 “회식이 그 자체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일하는 시간에 상호 교류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식을 하면서 사람들이 서로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싱가포르에서도 회식 비슷하게 종종 근무 외 시간에 모임을 갖는다. 다만 직원이 개인적인 이유로 참석할 수 없을 때 흉을 본다든지, 회식 자리에서 술을 억지로 마셔야 하는 상황은 좋지 않은 것 같다.”

△한국 기업이 아세안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마날라이사이 “젊은 아세안 직원을 고용하면 한국 기업 특유의 딱딱한 문화를 부드럽게 바꿀 수 있다. 한국 기업을 막연히 상상하면 상하 질서나 군대 문화를 떠올리기 쉬운데, 다양한 국적의 인재를 고용하면 기업 문화도 저절로 바뀔 거라고 본다.”

유스잉 “아세안은 큰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 회사가 진출하려면 아세안 인재 채용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특히 싱가포르는 비즈니스 허브이다. 페이스북, 구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의 아시아 지부는 싱가포르에 있다. 때문에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두면 다른 나라로 진출하기도 쉽다. 최근에는 한류에 열광하는 젊은이들도 많은데, 이들이 한국에서 일하게 되면 구직자와 기업 모두에 ‘윈윈(win-win)’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이 아세안 인재를 채용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마날라이사이 “이미 우리 회사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내식당에서 한식 외에도 동남아 음식이나 할랄푸드도 제공한다. 또 이슬람교에서 행하는 약 한 달가량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을 존중하고 있고, 하루에 4번 기도할 수 있도록 기도실도 마련되어 있다. 회식 문화도 바뀌고 있다. ‘119 원칙’이 바뀐 회식 문화를 상징한다. 119 원칙은 ‘1개 식당, 1종류 술, 9시 전에 마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저녁 회식만 고수하지 않고 점심 시간에 회식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고국에 가족이 있는 직원을 위해서 비자 문제나 집 문제도 도움을 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야근을 없애고 더 많은 휴가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야근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면이 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휴가도 적은 편이어서 아세안 사람들에게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개개인이 휴가를 써서 쉬는 게 아닌, 회사 전체 인력이 함께 쉬는 ‘컴퍼니 홀리데이(company holiday)’가 필요하다고 본다.”

유스잉 “한국 회사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딱딱한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아세안 젊은이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상명하복(上命下服) 문화나 군대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직원들에게 좀 더 창의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국 기업에 취업하길 원하는 아세안 유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마날라이사이 “문화의 차이 때문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업무를 배우고 성장하는 데 한국 기업이 필리핀 기업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일하는 데에는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필리핀에서는 마감 시간이 9시까지라고 해도 9시에 딱 맞추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을 정확히 맞추는 한국 기업의 경우와 반대이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면 시간 관리하는 방법을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다. 또 조직을 중시하는 문화를 단점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회사에 대한 충성심, 애사심, 소속감을 그만큼 느낄 수 있다. 필리핀 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느끼기 어려운 마음가짐이다.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추천한다. 실질적으로 한국 기업에 입사할 때 중시할 부분을 조언하자면 면접 시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존경심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재능을 뽐내되, 겸손함도 겸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통해 이미 기업은 충분히 지원자의 능력을 인지했을 것이다. 따라서 면접장에서는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는 편이 좋다.”

유스잉 “사실 싱가포르에서는 한류가 큰 인기여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이 한국 기업에 대한 사랑과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한류는 문화 콘텐츠로 긍정적인 면만 있는 반면, 한국 기업은 긍정적, 부정적인 문화를 모두 갖고 있어서이다. 본격적으로 입사를 준비하기 전에 충분히 고민을 하라고 조언하는 이유이다. 면접 시에는 부족하더라도 최대한 한국어로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또 한국의 기업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마릴린 마날라이사이는 1983년 필리핀에서 태어났다. 필리핀 현지 대학교에서 관광학을 전공했고, 2003년 한국에 왔다. 2005년부터 8년간 한국 초·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다가 2012년 GS건설에 입사해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다.

*유스잉은 1991년 싱가포르에서 태어났다. 싱가포르의 난양이공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2012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이후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게 돼 2013년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2015년 9월 연세대학교 어학당으로 유학을 왔다. 2016년 패션 브랜드 세븐킥스에 입사해 중국 유통 관련 업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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