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 이야기] ‘信用사회’로 가는 길… 그라민은행 성공에서 배운다

입력 2017-03-29 12:24 수정 2017-03-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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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런 은행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바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Grameen Bank)’이다.

지난 25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에서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던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79억 달러 이상을 빌려준 은행. 2544개가 넘는 지점을 통해 780만 명이 넘는 고객에게 돈을 빌려준 곳. 고객 가운데 98%가 여성이고, 대출금 상환율은 98%로 체이스맨해튼 은행의 상환율과 비견할 만한 은행 등의 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은행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 은행의 특징은 주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을 단기대출 해준다는 것이다. 고객 대부분은 그 어디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빈곤층이다. 하지만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이들에게 돈을 갚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그라민은행이 주목한 지점은 바로 전통적 의미의 담보인 금전적 담보가 아닌 ‘신용’이라는 사회적 담보였다. 이것이 고리대금의 횡포에 시달리던 빈민을 위한 무담보 소액자금 대출행위인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의 시발점이다.

그라민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그 사람은 5명의 채무자로 구성된 모임과 이런 모임 8개가 모여 40명의 채무자로 구성되는 센터에 무조건 가입해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그 구성원의 한 사람이 돈을 제 때 갚지 못하면 그 구성원 전체가 앞으로 돈을 빌릴 수 없다. 이 때문에 자동적으로 상호 감시가 되며, 서로가 돈을 갚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 집단에서는 서로 간의 ‘신용’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현대 경제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 투입요소는 지식과 기술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기본적인 요소는 ‘사회적 신뢰’라 할 것이다. 고속도로나 통신망 등과 같은 물질적 인프라가 경제· 사회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신뢰는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여 경제사회 문제해결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적 신뢰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불린다.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사회는 기초가 부실한 건물과 같다. 신뢰의 부족으로 사회구성원들은 서로의 선의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기만 할 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신용사회에서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신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회구성원을 존중하는 자세,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구성원 간의 신뢰구축이 필요하다. 사회적 신뢰는 사회구성원이 사회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게 하여 복잡한 사회적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 신뢰를 손상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회적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예컨대 허위공시, 허위보고, 허위보도, 위증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의 잘못된 보도, 속칭 찌라시와 인터넷 상의 유언비어 등 ‘아니면 말고’식의 풍토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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