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人사이트]정헌수 케이메이커스 대표 “금속 小工人 뭉치니 웬만한 中企보다 든든”

입력 2017-03-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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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부품 300개 이상 필요한 전기자전거 시제품 제작 마쳐

#정헌수 한양기업 대표, 엄천섭 오리온기계 대표, 김대구 공간정밀 대표, 최기재 대현정밀 대표, 영상 담당 박현석 간사 등 기계금속 분야의 소공인들이 모여 지난 9일 ‘케이메이커스’라는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의 하청 혹은 재하청을 받아 나름대로의 기술력을 일궈온 작은 공업소들이 모여 어엿한 규모의 기업을 연 것이다.

▲정헌수 대표가 지난 16일 케이메이커스가 생산한 전기자전거 부품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헌수 대표가 지난 16일 케이메이커스가 생산한 전기자전거 부품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지하철 신도림역 주변 수십 개의 아파트를 통과해 조금만 뒤쪽으로 들어가면 수백 개의 작은 공업소와 철공소가 다닥다닥 어깨동무를 하는 소공인 집적지구가 나온다. 신도림동에서 문래동을 거쳐 양평동까지 이르는 지대에는 7000명이 넘는 소공인들이 매일 땀을 흘리는 2400여 곳의 작업터가 있다. 이투데이는 지난 16일 서울 신도림동 한양기업에서 정헌수 대표를 만나 기계·금속 소공인들이 뜻을 모아 세운 유한회사 케이메이커스에 대해 들어봤다.

◇일본 죠난브레인즈와의 만남 = “한 분야만 알면 박스에 갇힌 사고를 할 수밖에 없다. 여러 분야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모이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정 대표는 ‘융합이 곧 창조’라고 재차 강조하며 케이메이커스의 출범 계기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한양기업을 운영하는 정 대표가 현재 대표를 맡은 케이메이커스의 전신은 문래동 소공인특화지원센터에서 지원한 혁신 동아리 ‘창조융합3.0’이다. 2014년 결성된 이 팀에서 다섯 명의 기술자와 한 명의 예술가가 만나 다양한 협업의 형태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참고한 모델은 일본 오타구의 소공인 모임 ‘죠난브레인즈(城南BRAINS)’였다. 정 대표를 비롯한 소공인들은 문래소공인센터를 통해 2014년 처음 일본을 방문해 죠난브레인즈를 비롯한 일본의 발달한 기술 공동체들을 접했다. 그는 “도쿄에 들렀는데, 300곳의 도쿄 소공인 업체들이 수천 개의 부품을 나눠 맡아 아프리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봅슬레이를 함께 만들고 있었다”며 이런 협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국가대표용 봅슬레이는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제작할 정도로 첨단 기술력이 요구되는데 일본에서는 소공인들이 협업을 통해 높은 수준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렸던 것이다. 정 대표는 “300곳의 업체가 각자 자기가 가장 잘하는 부분을 담당했던 것”이라면서 “우리들도 기술력이나 손재주를 모으면 충분히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와 기술의 만남…케이메이커스의 출발 = 일본 소공인 모임에서 자극받고 돌아온 정 대표의 동아리는 만 3년 동안 함께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다. 창조융합3.0팀은 지난해부터 전기자전거를 설계하는 스타트업 ‘하이코어’의 시제품을 제작해주는 특별한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이런저런 부품을 만들어 달라기에 뭔지 모르고 해줬는데 계속 다시 가져오더라”면서 “이럴 거면 차라리 도면을 공개하라고 설득했고 설계자와 기술자들이 맞대면해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설계와 제작 사이의 격차를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전기자전거에만 300개가 넘는 부품이 필요했다. 공간정밀과 오리온기계, 대현정밀과 한양기업이 각각 공정을 나눠 맡아 시제품을 만들었다. 스타트업과 케이메이커스의 협업 경험은 정책에도 반영됐다. 서울시와 중소기업청은 올해부터 100억 원을 투입해 문래동과 용인 등을 중심으로 ‘시제품 제작 특구’를 구축하고 강남 팁스타운 스타트업이 원하는 부품과 시제품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장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창조융합3.0’은 지난 9일에는 ‘케이메이커스’로 상호를 정하고 법인을 설립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 대표는 “소공인들은 기술력만은 자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부에 자금이나 R&D 지원 등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들과의 경쟁이 이뤄지면 소공인은 매번 후순위가 되고 만다”며 “매출 30억 원 이상인 4개 업체가 뭉치니 규모가 커지고 든든해졌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와 일감을 놓고 협상을 할 때도 각 대표가 책임을 분담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니 신용도와 협상력이 높아졌다.

대표는 지분을 나눠 가진 다섯 명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결정이 필요한 사안은 다섯 대표 사이의 토론과 합의를 거쳐야 한다. 정 대표는 “지금은 제가 케이메이커스의 대표 직함을 맡지만, 대표성은 크지 않다”며 “어떤 아이템이 일감으로 들어오면, 그걸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대표를 맡아 총괄해 나가는 체제”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케이메이커스는 완제품 위주의 생산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또 문래동 일대 4개의 공업사로 흩어진 작업장을 한데 모으는 것도 과제다. 그는 “앞으로 5년 이내에 4개 업체가 함께 입주하는 협동화 단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곳에서 분업을 통해 완성된 제품이 만들어져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일본이나 독일에서는 세대를 이어 기술력이 누적돼 간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우리 기술을 배우려는 후세대 기술자가 거의 없어 걱정”이라며 “기술자를 대접해주면 후세대가 나오고 기술 노하우가 누적된다. 그렇게 국가의 산업이 발전해나가는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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