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집 고운집] 오솔길 걷다보니… 아이 웃음 쫓다보니… 어느새 오솔집

입력 2016-10-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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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삼남매 둔 젊은 부부가 건축주…“유년시절 추억 전해주고파” 양평行

아버지 살던 터전에 3대째 내리 살기

‘오솔집’을 설계한 B.U.S Architecture가 만난 건축주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들은 8살 딸, 7살 아들, 그리고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막내까지 어린 3남매를 둔 젊은 부부다. 출퇴근 등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시골에 살겠다는 결심을 한 데는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가장 컸다. 자신들이 경험했던 유년기의 기억을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3대의 터전ㆍ이웃과의 상생…‘오솔집’ = ‘오솔집’이 들어서는 땅에는 몇몇 특이한 점이 있었다. 땅 일부는 옆집이 텃밭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그 앞으로는 마을 사람들이 다니는 작은 길, 즉 오솔길이 나있었다. 이제는 쓰임을 다한 낡은 축사 한 채도 있었다. 주변을 안내하던 건축주의 아버지는 직접 베어온 나무로 기둥과 보를 잡고, 바닥 시멘트를 시공해 축사를 지었다고 했다. 소 3마리로 가업을 시작했던 삶의 터전에서 자신의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뜻밖의 건축주 요청이 이어졌다. 대지 안에 있던 텃밭과 오솔길을 마을 사람들이 계속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대지 한쪽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이 사라지면, 이웃들은 밭에 가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야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내 땅의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애쓰기 마련인데, 오히려 땅 일부를 마을 사람들에게 양보하겠다는 건축주의 이야기는 ‘오솔집’을 계획하는 데 큰 영감이 됐다. 한 마을에서 3대째 살아오면서 형성된 끈끈한 유대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풀과 낮은 담의 기분 좋은 경험을 그대로 가져오기 위해 오솔길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일부를 수정했다. 오솔길로 인해 버려지는 대지는 주차장으로 활용했다. 이 오솔길은 마당과 집안까지 연장되며 오솔길을 따라 아담한 나무를 심었다.

특히 이 주택은 인근에 단층짜리 기와지붕 집들이 많은 만큼 주변과의 조화를 위해 2층짜리 집을 하나의 통 모양으로 설계해 외관상 1층과 2층의 구분이 없게 했다. 또한 ‘길이라는 공간이 다양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에 1층의 높이를 4~5m로 설정했다.

◇‘오솔길’로 연결된 안과 밖… 복도 아닌 하나의 공간 = 길은 집 전체를 한 바퀴 돌면서 집과 길 사이에 마당 길을 형성한다. 이는 밖에서 끝나지 않고 집 안으로 연장된다. 하나로 길게 이어지는 이 동선은 곧 집의 기능과 맞물리는 독특한 구조를 만든다. 집은 각각의 기능을 둘러싼 하나의 길로 이루어지며, 그 사이사이를 길이 관통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밖에서 집 안으로, 안에서 밖으로 연결되는 이 길을 따라 자유롭게 뛰놀며 풍부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면 길을 따라 채워진 책장과 대청마루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으로,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가족들의 시청각실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어서 화장실과 세면 공간을 지나면, 거실과 중층으로 이루어진 아이들 방으로 진입한다. 마당으로 열린 이곳은 가족 모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공간이다. 다음으로 마주하는 옷장 문을 열면 드레스룸으로 이어지며, 계속해서 주방과 식당이 있는 길을 지나 다시 처음의 현관 앞으로 이어진다. 달팽이 모양을 닮은 이 길은 처음과 끝이 연결돼있어 계속 순환되며 2층 놀이방과 다락방으로도 연장된다. 일명 ‘거실길’은 아이들의 방과 함께 있으며, 마당과 아이들방, 2층 가족실과도 연결돼있어 입체적으로 공간이 풍부해진다.

B.U.S Architecture 측은 당시 건축주가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자란 추억을 주고싶어 했던 점에 착안해 오솔길과 큰길, 마당과 집안까지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했다고 한다. 그 착안으로 집에는 오솔길과 거실길, 옷장길, 식당길, 도서관길, 2층길, 화장실길 등 다양한 길이 생겨난 것이다.

또 하나. 오솔길에는 지구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테이블이 있다. 건축주 아버지가 직접 지은 축사를 허물고, 그 위에 다시 집을 짓는 만큼 건축주 아버지의 삶과 정신을 지키고 싶었던 B.U.S Architecture 측은 축사에 쓰였던 구조재로 테이블을 만든 것이다. 당초 축사에 쓰였던 구조재를 집의 노출 보로 재사용하려 했지만, 구조적 문제로 포기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용도에 따라 분리가 가능한 좌식 테이블이다. 안쪽의 작은 테이블 상판을 축사에서 나온 목구조재로 만들었다. 식탁의 모양이 집의 평면을 닮았다는 점도 재미있다.

‘오솔집’은 보통의 주택에서 시도하기 힘든 독특한 구조의 집이다. 3명의 아이가 자유분방하게 뛰어놀며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라는 건축주 부부의 바람을 여실히 담아내고자 한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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