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더십 위기]심각한 개인 우상화에 ‘시-리 투톱 체제’ 흔들…후계 구도도 불안

입력 2016-05-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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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이후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절대 권력자로 평가받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반(反)부패를 앞세운 시 주석에 대한 권력 집중이 개인 우상화로 변질되면서 리커창 총리와의 투톱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내년 가을 제19회 중국공산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후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신문 가판대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표지로 한 잡지가 끼어 있다. 블룸버그
▲중국 베이징의 한 신문 가판대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표지로 한 잡지가 끼어 있다. 블룸버그

시 정권의 정책이 추진해온 반 부패 캠페인은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경제면에서도 고용과 물가가 안정되고, 지속적으로 과잉 설비 감소와 과도한 부동산 재고 처리에 대한 대응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정치적 리스크가 높은 군 조직의 근본적인 개혁까지 실현하면서 국민적 지지는 한층 높아졌다. 덕분에 시 주석은 국민들로부터 ‘시다다(習大大, 시 아저씨)’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그러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최근 학자와 미디어에 대해 이데올로기와 정부 비판에 관련된 활동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초 한 중국 언론에 게재된 ‘시진핑 동지에게 당과 국가의 지도자 직무를 그만둘 것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공개 서한은 일당 체제인 중국에서 시 주석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이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 공개 서한은 “시진핑 주석, 당신은 권력을 전면적으로 자기 손에 넣고, 뭐든지 자신이 결정하고 정치·경제·사상·문화 등 각 영역에서 전례 없는 문제와 위기를 초래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 인민정치협상회의, 국무원 내의 당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국가의 각 기관의 독립성을 약화시켰다. 리커창 총리를 포함한 동지의 직권은 크게 영향을 받았다. 중앙규율검사위원회가 각 국가기관·국유기업에 파견한 순찰 조직은 새로운 권력기구가 되어, 각급 당 위원회와 정부의 권력·책임 관계는 불명확해지고 정책 시행이 혼란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공개 서한은 시 주석의 외교 실책도 지적했다. ‘일대일로’ 구상으로 자금을 낭비했다고 비판하고,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국, 일본, 필리핀 및 기타 동남아 국가들과 동맹 전선을 형성, 중국에 공동으로 대항하는 것을 허용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이 공개 서한의 파문은 컸다. 이 서한을 게재한 사이트는 즉각 폐쇄되고 책임자는 체포됐다. 그 신문은 다시 정상화했지만 문제의 기사는 사라졌다.

그 이후에도 시 주석의 개인 우상화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중국 당국이 시 주석의 애칭인 ‘시다다’라는 표현의 사용을 갑자기 금지했다. 이 표현은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들이 시 주석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자주 사용했으나, 일각에서 공산당이 그를 마오쩌둥처럼 개인 우상화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자 반감을 잠재우기 위해 사용을 금지한 것이었다.

▲2015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총리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블룸버그
▲2015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총리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블룸버그

그런 와중에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정책 수완에 대한 평가는 점점 악화했다. 국유기업 개혁 추진 지연과 작년 하반기 이후 주식시장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는 등 정책 운영 능력을 지적하는 소리가 거세진 탓이다. 급기야 올 1월 말에는 중국 최고 핵심지도부인 당 정치국 상무회의 석상에서 리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시 주석과 리 총리 간의 신뢰에도 균열이 일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올해 3월 전인대에서 리 총리가 정부활동보고를 마쳤을 때, 시 주석이 관례처럼 되어 있던 악수를 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은 모습이 포착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했다는 견해가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심지어 지난달 24일 리 총리가 전용 차를 타고 쓰촨성 시내를 이동하던 중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대가 고의로 충돌하려 했는데, 리 총리의 운전수가 가까스로 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암살설이 나돌기도 했다. 당시 리 총리는 쓰촨성 지진 3주기를 맞아 추모 집회에 가던 중이었다. 가해 차량 운전자들은 리 총리의 이동 경로를 미리 입수하고, 잠복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차량에는 기관총도 실려 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군 당국의 소행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았다.

그러나 암살 시도는 리 총리만 겪은 건 아니다. 시 주석을 노린 암살 미수 사건은 6건 발생했으며, 반 부패 캠페인을 주도한 왕치산 당 중앙규율검사위원회 서기의 경우, 20회 넘게 암살 위기를 넘겼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반 부패 운동과 내년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정권 내부에서의 권력 투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식인 계층에서 시 정권에 대한 불만이 유독 큰 건 반 부패 캠페인으로 인해 급여 수준과 복리후생 수준, 사회적 지위 등이 크게 악화한 공무원과 국영기업 관계자들의 뿌리 깊은 불만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구조 개혁 추진으로 세수가 감소하는 지방정부 당국의 감시가 강해진 금융기관, 당국의 언론 통제로 인해 학술 연구에 제약을 받는 사람들도 시 정권의 정책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제13차 5개년 계획의 첫 해를 맞아 과잉 설비를 대규모로 감축하는 구조 개혁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시 정권으로서는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구조 개혁에 따른 대량 실업으로 경제 악화는 물론 국민적 불만이 커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시 주석의 후계자를 공식화하는 내년 가을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당내 인사 정책 상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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