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3세경영] 할아버지 잘만나 ‘금수저’… 투명 승계, 反재벌 정서 해소해야

입력 2015-10-05 11:29 수정 2015-10-0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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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0시대 ‘新 상속 패러다임’

‘가족들이 간식을 먹으며 상속을 논의한다.’ 이 문장을 누군가에게 대비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바로 재벌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부터 올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최근에는 롯데가 형제의 경영권 분쟁까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이슈에서 재벌은 빼놓을 수 없다.

재계 3세 경영인은 이러한 눈총 어린 대중의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다.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은 물론 승계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 오너 3세들이 앞선 세대와 차별화해야 하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영능력 검증은 필수= 예로부터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난 이들의 다른 표현으로 ‘금수저’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최근에는 이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가 미묘하게 변했다. 입학, 취업, 승진 등에서 공정 경쟁을 무시하는 결과가 나온 인물을 가리켜 ‘입에 금수저가 물려있다’고 꼬집는다. 정부 고위 관료, 국회의원의 취업 청탁 의혹과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맞물리면서 단어의 의미가 변화하는 사회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재계 3세 역시 취업에 있어서는 금수저란 표현을 피해갈 수 없다. 또래의 젊은이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이들은 경영 수업을 시작한다. 가족 경영 체제인 국내 재벌사에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때문에 세대 교체를 주도하는 오너 3세들은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연구위원 “국내 재벌의 가장 큰 리스크는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이들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승계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 연구위원은 “이런 요인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며 “3세 경영인들은 경영능력을 꼼꼼히 검증 받고 만약 인정받지 못하면 일선에서 물러나는 과정을 거쳐야”고 강조했다.

3세 경영인은 기업의 상속 과정도 선대보다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채 연구위원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감을 몰아주거나 계열사 간 비대칭 합병으로 지분을 부풀리는 것이 지금까지 재벌이 해온 편법이었다”면서 “3세들은 재벌의 이런 측면이 비판받는 것을 어려서부터 봐온 만큼 더 합리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대내외 환경 악화, 외형 확대 능사 아냐= 전문가들은 3세 경영인들이 외형 확대를 경영의 주요 성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창업주와 2세가 경영하던 시기에는 한국경제가 고속 성장했다. 기업의 성장폭은 국가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 다양한 분야로의 업무영역 확대도 재계의 주요 관심사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대내외 경제 환경이 악화되면서 사업 부문을 확대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STX그룹은 해체됐으며 동부그룹은 제조업 부문 계열사의 경영권을 잃었다.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중국과 일본 사업의 손실 책임을 두고 형제가 책임공방을 벌였다. 대외 환경 악화가 그룹 승계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는 중공업 불황을 돌파할 묘수를 찾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계 1~2세가 이뤄낸 외형 성장을 지금의 대내외 환경에서 3세가 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3세 경영인은 사업분야를 플러스하거나 그룹을 더 키우려는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남는 것이 경제 구성원과 자식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과의 소통도 강화해야= 국내 재벌의 대부분은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 팩트북’을 보면 한국의 가족기업 38곳이 회사 1만3564곳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가족경영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분행이 벌어졌을 때 시장의 신뢰를 급격히 잃어버린다는 데 있다. 롯데가 형제의 분쟁이 일어나면서 그룹의 시가총액은 닷새 만에 2조원이 증발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으로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면 국내와 비슷한 가족경영 체제의 기업이 많은 일본이 지배구조 개혁 과정에서 시장의 신뢰를 얻은 배경으로는 투자기관과의 끊임없는 대화가 꼽히고 있다.

아베 정부는 경제활성화 정책과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주요 정책으로 꺼내들었다. 주요 내용은 △상장기업 이사회에 1인 이상의 사외이사 선임 △기관 투자가의 주주 역활 의무로 규정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설립 △배당 확대 등이다.

박유경 APG 에셋매니지먼트 아시아 이사는 “일본은 국내외 투자가들의 의견을 사전에 충분히 수렴한 뒤 일정 기간동안 모든 투자가들이 피드백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 대신, 시장 참여자들의 개혁안에 동참시키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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