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평한가

입력 2015-08-0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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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영길 사회팀 기자 )

지난달 16일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13명의 대법관은 만장일치로 원 전 원장의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 대부분에 대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법리도 없고, 소수의견도 없는데 대법관 전원의 합의로 결론을 내린 이유가 궁금하다는 게 ‘뒷말’의 요지다.

2심과 대법원 결론이 엇갈린 것은 법리 판단 때문이 아니다. 2심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 파일에 대해 증거 능력이 인정되는 ‘업무상 작성한 문서’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결론이 같았다. 다만 ‘출처를 알기도 어려운 매우 단편적이고 조악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고, 결국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의 70% 이상이 날아갔다.

일주일 뒤, 부산고법은 원 전 원장의 사건과는 반대로 처벌 범위를 크게 넓힌 판결을 내놓았다. 파업현장에서 점거농성을 지지하는 연설을 한 행위도 업무방해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무죄 판결한 1심 결론을 뒤집은 논거는 “피고인이 7차례에 걸쳐 농성지지 집회를 개최했으며, 농성장에 들어가 지지발언을 한 점에 비춰 보면 업무방해를 방조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은,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판결문에만 등장했을 뿐, 노조 파업을 지지한 근로자에게 유죄 판결하면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국어사전에서 ‘정의(正義)’를 찾았다.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공정(公正)은 무엇인가. ‘공평하고 올바름’이라고 한다. ‘공평(公平)’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이라고 돼 있다.

대법관 13명이 합심해서 원 전 원장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던 전례가, 파업 지지 연설만으로도 업무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건에도 과연 반복될 수 있을까.

우리 법원은 정의로운가. 공정한가. 그리고 공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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