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제도’

입력 2015-07-29 09:18 수정 2015-07-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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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직자 고용안정 위한 고용보험기금으로 생색…기존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와도 중복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 청년고용을 촉진하겠다는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제도'가 부실한 설계로 논란을 빚고 있다. 기업에 주는 지원금의 재원이 근로자 본인과 사업주가 내는 고용보험료로 충당돼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을 쌈짓돈처럼 제멋대로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기존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와 중복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고용노동부는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 제도’ 신설을 위한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가 최근 완료됨에 따라 8월 중에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 27일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으로 청년 정규직을 늘린 기업에 신규 채용 1인당 연간 1080만원(대기업·공공기관 540만원)씩 2년 동안 지원하는 내용의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제도는 신속한 청년고용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연 1만명 규모로 3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공모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지난 24일 국회에서 확정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23억원의 재원(고용보험기금)이 확정됨에 따라 당초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것을 올해부터 앞당겨 시작하기로 했다. 오는 9월에는 내년도 예산안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설계한 이 제도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재직자도 아닌 청년 신규채용 확대사업을 일반회계 지원 없이 모두 고용보험기금만으로 충당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현직이나 실직노동자의 고용안정, 재취업 지원사업의 경우 고용보험기금을, 청년 등 신규취업 지원사업의 경우 일반회계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관례”라면서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해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을 정책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고도 정년 연장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애초 일반회계에서 재원을 마련하려 했지만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전액 고용보험기금에서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제도가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한 기업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라는 점에서 임금피크제로 삭감되는 임금의 일부를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기존 ‘임금 피크제 지원금제’와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이번 청년고용 대책을 통해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도 3년 한시 연장하기로 해 중복지원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근본적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 위축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에 한시적으로 소액의 지원금을 준다고 해서 청년층 고용이 크게 늘어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신규 채용을 늘릴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 대해서만 상생고용지원금이 편중 지원될 소지도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제도는 청년 신규고용에 따른 민간기업 부담을 공공부문에서 어느 정도 보전해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어느 정도의 재원을 확보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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