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파워블로거’ 벤 버냉키 vs 로런스 서머스, ‘연준 책임론’ 놓고 블로그 설전

입력 2015-04-0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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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전 미국 연준 의장(왼쪽)과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사진=블룸버그

파워 블로거로 돌아온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 의장과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연준의 책임론을 놓고 블로그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버냉키 전 의장은 브루킹스연구소의 홈페이지 안에 개설된 자신의 블로그에 ‘금리가 왜 이렇게 낮은가, 두 번째: 장기침체(Why are interest rates so low, part 2: Secular stagnation)’라는 제목으로 첫 글을 올렸다. 그는 주식시장 상승과 상품 가격 변동성, 환율 동향, 부동산 버블 붕괴 등 최근 금융 시장과 경제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안과 관련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연준에 책임론이 일자 이에 대한 반론으로 이 글을 올렸다.

그는 블로그에서 “의장직을 맡던 시절 여러 의원들로부터 나를 포함한 연준 멤버가 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고령자를 버스 밖으로 던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 의원은 퇴직자가 생활비를 위해 저축을 깨는 것, 또한 이러한 저축에서 얻은 이자 수입이 아주 조금 밖에 없다는 것을 우려했다. 다만 퇴직자가 실질적으로 높은 이자 수익을 지속적으로 얻는 것을 목표로 연준이 졸속 금리 인상을 했다면 완전한 실수였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부진(하지만 회복되고 있는) 경제 상황에서 적절한 실질 금리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아마도 마이너스(-)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연준이 졸속 금리 인상을 했다면 그 직후 경기 둔화를 초래, 결과적으로 자본 투자의 수익성은 저하했을 것이다. 이러한 경기 둔화에 따라 연준은 금리 인상을 포기하고 시장 금리를 다시 인하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가설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다. 실제로 최근 여러 주요 중앙은행이 졸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가 결국은 경기 악화로 금리 인상 철회를 강요당하고 있다. 결국 예금자가 얻을 이자 소득을 증가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연준이 취한 방법처럼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경기가 회복돼 건전한 투자 수익 창출 수준에 빨리 도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버냉키 전 의장의 이같은 주장은 반박 이상의 의미가 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현재 실질 금리 문제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경제회의(NEC) 위원장을 지낸 서머스 전 장관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버냉키의 2기 취임이 검토된 2009년에 그의 후임 중 한 명으로 거론된 인물이다.

앞서 서머스는 미국이 저금리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은 경제 성장이 낮은 기간이 지속되는 장기 침체에 빠져 투자와 소비가 극단적으로 떨어진다는 특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이 고령자나 저축자에 대해 적은 이자 소득에 만족하도로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의 이같은 주장에 버냉키 의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31일자 블로그에서 로키산맥을 넘을 때에 드는 기름값을 띄우기 위해 산맥 자체를 파괴하는 투자에도 이익이 나올 것이라는 비유를 들었다. 즉, 초유의 저금리가 거의 모든 종류의 투자 매력을 높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장기침체 상황에선 저성장 전망은 통화에 하락 압력을 가해 수출을 촉진할 것이라며 연준의 저금리 정책을 옹호했다.

다시 말해 버냉키 전 의장의 주장은 저금리 기조를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금리는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켜 결과적으로 경제를 회복세로 되돌려놔 금리 인상이 정당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한 것은 일시적은 역풍의 결과라고 했다. 또한 대공황 후에도 장기 침체론은 설득력이 있었으나 결국은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같은 버냉키 의장의 주장에 또다시 반기를 들었다. 그는 1일 자신의 블로그에 “당신이 옳고 내가 틀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선진국 경제는 어디든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을 밑돌았다. 그렇게 쉽게 장기 침체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장기 침체론이 잘못된 것이면 일시적인 역풍이 지지부진한 경기 회복의 원인이라는 당신의 시각이 지지받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 문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대공황 이전에 10년간 가계 부채가 유지 불능인 속도로 신장, 그것이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요한 요소였다는 결론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머스는 장기 침체가 순수하게 미국 내부적 현상이라는 생각도 나타냈다. 그는 “세계적 견지에서 봐야할 장기 침체의 가설을 되살리면서 나는 보다 명확한 자세를 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 위기 후의 잇단 세계의 성장 둔화에는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지적, 이 때문에 과잉 저축과 투자 부족이라는 고질적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설전을 지켜 본 전문가들은 서머스가 옳다면 금융정책은 정상화하지 못하고 재정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6년 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연준 의장을 역임한 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자리를 잡았다. 서머스 전 장관은 현재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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