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덕수의 또 다른 아픔

입력 2015-01-30 10:5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영화 ‘국제시장’이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샀다. 한국전쟁 때 흥남 부두에서 맨몸뚱이로 미군함정에 실려와 독일탄광 광부,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 등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주인공 덕수를 보며 같은 세대를 산 사람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온갖 역사의 질곡을 몸소 겪으며 가난을 물리치고 고도 경제성장을 일구어내는 국제시장 세대의 모습에서 다음세대 사람들도 숙연한 고마움을 느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에게 가난의 역사는 끝난 것인가? 안타깝게도 덕수의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 덕수가 상징하는 노년세대는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는데 나이가 들어 살길이 막막하다. 무엇보다도 손자, 손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아들과 딸들이 결혼도 제대로 못하고 언제 직장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신세라 가슴이 메어진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빈곤화의 3가지 재앙을 겪고 있다. 출산율이 OECD국가 중 꼴찌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합계 출산율이 1.19밖에 안 된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이다. 1970년 이후 65세 이상 고령자가 4배나 늘어 일본의 3.6배보다 높다. 문제는 경제가 고용창출 능력을 잃어 실업자를 양산하는 것이다. 청년층은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해야 하는데 거의 절반이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맨다. 노년층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직장을 떠나야 한다. 이에 따라 저출산과 고령화가 악순환을 형성하고 동시에 모든 세대가 다시 가난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 실제로 청년층은 삶 자체가 불안하여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아예 자신들의 사회 생태계가 파괴되었다고 신세를 한탄한다. 취업->결혼->출산의 고리가 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년층은 나이가 들수록 사는 것이 두렵다. 일자리가 있으면 돈을 벌어 살 수 있지만 이미 대부분 직장을 잃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사는 방법도 있다.그러나 매달 받는 돈이 푼돈이고 기금이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 자녀에게 의지하고 살 수도 있으나 이것도 옛날 이야기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저출산을 막기 위해 선진국들은 과감한 정책을 펴고 있다.스웨덴은 여성의 출산휴가가 480일이나 된다. 아이가 아프면 간병휴가도 120일을 준다. 휴가기간 중 평균소득의 80%를 보장한다. 출산과 육아의 양성평등을 강조하여 남편도 의무적으로 출산휴가를 가져야 한다. 프랑스는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라고 선언하고 출산, 양육, 교육의 모든 과정을 정부가 책임지는 정책을 펴고 있다. 90% 이상의 아이들이 공립유치원에서 무상교육을 받을 정도이다. 고령화에 대한 대책은 독일이 앞서간다. 경제정책을 고령화에 맞추어 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연금수급 연령을 63세에서 69세까지 늦추어 근로연령을 연장하고 평생교육을 강화하여 노년층의 업무 능력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고령자들이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하고 공장 리모델링을 하며 의료진까지 갖추고 있다. 고령화를 고용화로 해결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력을 기르고 안정적인 사회 발전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은 문제가 많다. 출산장려를 위해 매년 10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다. 여기에 어린이 집에서는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령화 대책도 극히 피상적이다. 허드렛일로 고용률을 높이 데 급급하고 하위 소득계층에 생색내기 수준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는 나라의 운명이 걸린 심각한 사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어 결혼회피와 출산파업 상태부터 막아야 한다. 시간선택제 근로의 정규직화와 유급휴가의 확대를 통해 여성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보육과 교육의 국가책임제를 확립하여 안심하고 아이를 낳게 해야 한다. 고령자들에게도 제대로 된 일자리와 복지정책을 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기업들은 단기적인 수익성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생존 능력을 기르는 차원에서 정부 정책에 호응해야 한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따뜻한 가족문화를 복원하고 결혼을 앞당기는 노력도 절실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오늘의 상승종목

  • 04.25 15:32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791,000
    • -3.31%
    • 이더리움
    • 4,560,000
    • -2.56%
    • 비트코인 캐시
    • 695,000
    • -4.66%
    • 리플
    • 761
    • -3.55%
    • 솔라나
    • 213,500
    • -5.86%
    • 에이다
    • 689
    • -5.23%
    • 이오스
    • 1,260
    • +2.44%
    • 트론
    • 164
    • +0%
    • 스텔라루멘
    • 164
    • -5.2%
    • 비트코인에스브이
    • 97,250
    • -6.13%
    • 체인링크
    • 21,260
    • -4.02%
    • 샌드박스
    • 667
    • -6.8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