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배고픈 연극 배우들에게도 ‘미생’과 같은 기회가 주어지기를 [오예린의 어퍼컷]

입력 2014-12-22 23:52 수정 2014-12-2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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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미생’이 20일 종영했다. ‘미생’을 보면서 느낀 것은 ‘대한민국에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고픈 배우들이 많았구나’ 라는 것이다. ‘미생’에는 오랜 기간 연극계와 독립영화판에서 활약했던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출연했고, 그들은 작품 안에서 어느 누구하나 튀지 않고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연기했다. ‘미생’의 인기에는 단연 이들의 연기력이 큰 몫을 했다.

김부장 역할의 배우 김종수는 43세 영화 ‘밀양’의 부동산에서 신사장 역으로 늦은 데뷔를 했고 줄곧 울산에서 극단 생활을 해왔다. 최근에는 서울에서 원룸 생활을 하며 김부장 역을 열연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미생’ 출연을 계기로 이젠 서울에 살면서 더 많은 작품을 해도 된다고 인정을 받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극 중 안영이(강소라)를 괴롭히는 직속상관 하대리 역의 전석호도 한양대 연영과를 졸업 후 서른 살이 된 지금까지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연기와 무관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성대리 역을 연기한 태인호도 경성대 연영과를 졸업한 후 부산 극단에서 활동하다 서울로 상경했다. 그도 ‘미생’ 촬영 직전까지는 발렛파킹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며 배우의 꿈을 키워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리 역의 배우 김대명도 2006년 연극 ‘귀신의 집으로 놀러오세요’를 통해 데뷔해 크고 작은 연극과 뮤지컬에 올랐다. 하지만 8년 동안 무명배우의 타이틀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미생’을 통해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과거 회사원 친구들이 힘들다며 울상 지을 때 ‘월급 꼬박꼬박 받는데 뭐가 힘들까’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미생’을 통해 긴 무명 생활의 설움을 씻어낸 조연배우들 대부분은 연극계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배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배우들의 상당수는 이들처럼 본업과 무관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서울문화재단이 발표한 ‘2013 대학로 연극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로 연극 종사자의 평균 월 소득은 114만 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배우는 실제보수 100만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전체 설문 대상자 중 69%에 해당하는 대학로 연극 종사자들은 연극 활동 이외의 다른 경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 중 배우는 기타 활동 비율이 26%로 다른 직무들에 비해 연극과 관련이 없는 경제 활동 비중이 가장 높았다. 연기자는 연기로 평가받아야 마땅한 것인데 연기를 잘해도 기회를 얻지 못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입을 받고 있는 연극 배우들의 현실을 보면 씁쓸하다. 연기를 사랑하고 열정과 혼을 쏟아붓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스타인데 말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선 예술인복지법 개정처럼 본질적인 해결책도 물론 필요하지만 더불어 드라마 ‘미생’의 캐스팅처럼 실력있는 연극 배우들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실력있는 연극 배우들의 출연은 극의 몰입도를 증가시키는 효과 뿐만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연극으로까지 확장 시키게 한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대리 역을 연기한 배우 전석호는 ‘미생’이 끝난 후 다시 연극 작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시 연극으로 돌아간다는 선택은 반가웠다. 현재 그가 ‘미생’으로 인기를 얻은 만큼 그가 앞으로 행보하는 연극에도 대중의 시선과 관심이 쏠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으나 빛을 발하지 못했던 연극 배우들이 ‘미생’이란 작품으로 기회를 얻고 있는 지금의 이 모습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죽어가는 연극계도 살릴 수 있다. 아직도 수많은 실력있는 배고픈 배우들이 남아있다. 이들에게도 ‘미생’ 속 배우들과 같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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