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신지애ㆍ안선주, 日열도 울린 감동의 2라운드 [오상민의 일본골프이야기]

입력 2014-08-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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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라이벌전이 한창이던 2008년 가을. 경기 여주의 블루헤런 골프장을 함께 걷고 있는 안선주(좌)와 신지애. (사진=KLPGA)

신지애(26)와 안선주(27ㆍ요넥스골프). 한국 골프사에 이들만큼 끈끈한 라이벌이 또 있을까.

부정해도 소용없다. 둘의 라이벌 관계는 숙명이라 할 만큼 미묘한 평행곡선을 그리고 있다.

원래 양궁선수이던 신지애는 전남 영광군의 홍농서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신제섭(53)씨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반면 안선주는 테니스 선수였다. 본격적으로 골프에 입문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다.

그러나 주니어 시절 발자취는 신지애의 압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 입문과 동시에 주니어 무대에서 맹위를 떨친 신지애는 2004년 국가대표 상비군, 2005년에는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같은 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컵을 거머쥐며 일찌감치 한국여자골프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안선주의 주니어 시절은 평범했다. 국내에는 적수가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장타력을 과시했지만 또래에 비해 늦게 시작한 만큼 두각을 나타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단 한 차례도 대표ㆍ상비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주니어 시절을 마치는 듯했다.

안선주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천하에 알린 것은 2004년 KLPGA투어 하이트컵 여자오픈에서다. 당시 아마추어 신분이던 안선주는 박희영(27ㆍ하나금융그룹)과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안선주 본인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란다.

▲지난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신지애. (사진=AP뉴시스)

둘의 라이벌전에 불이 붙은 것은 두 선수가 프로 무대에 뛰어든 2006년부터다. 그러나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상하관계가 명확했다. 안선주는 늘 신지애의 그늘이었다. 안선주는 데뷔 첫해 신지애보다 일주일 빨리 첫 우승을 신고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시즌을 마친 시점에서 신지애는 세 개의 트로피를 품은 반면 안선주는 1승에 만족했다. 평생 단 한 번뿐인 신인왕도 신지애의 몫이었다. 당시 신지애는 대상과 신인왕ㆍ상금왕ㆍ평균타수 등 전 부문 타이틀을 휩쓸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하기 전인 2008년까지 안선주는 신지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7년 상금순위ㆍ대상포인트 각각 3위, 2008년 대상포인트 4위, 상금순위 5위ㆍ평균타수 2위, 신지애가 미국으로 떠난 2009년에는 서희경(28ㆍ하이트진로), 유소연(24ㆍ하나금융그룹)에게 밀려 대상포인트ㆍ상금순위 각각 3위, 평균타수 2위에 그쳤다. 그리고 조용히 일본으로 떠났다. 두 사람의 라이벌전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미국으로 자리를 옮긴 신지애는 데뷔 첫해인 2009년 신인왕과 상금왕에 오르며 ‘골프여제’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특히 신지애는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LPGA투어 상금왕에 올라 한국 골프사를 다시 썼다.

일본으로 떠난 안선주는 신지애의 그늘에 한이라도 맺혔던 걸까. 한풀이라도 하듯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를 휩쓸었다. 데뷔 첫해이던 2010년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상금왕에 오르며 역시 한국골프사를 새롭게 썼다. 안선주는 이듬해인 2011년에도 상금왕에 올라 2년 연속 상금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운명의 장난일까. 미국과 일본 무대에서 명성을 날리던 신지애와 안선주는 각기 다른 이유로 슬럼프에 빠진다. 이미 ‘골프여제’라는 수식어를 얻은 신지애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안선주는 일본 우익과 야쿠자들에 의한 잦은 협박과 살해 위협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바로 그것이 둘의 라이벌전 제2라운드 예고였다.

▲2010년 JLPGA투어에 뛰어든 안선주. 온갖 시련 속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사진=KLPGA)

신지애는 올 시즌 기분전환과 슬럼프 극복을 위해 LPGA투어 시드를 포기하고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다. 박인비(26ㆍKB금융그룹)에게 내준 ‘골프여제’ 타이틀을 되찾으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결정이었다.

정신적 피로에 젖어 있던 안선주는 혹독한 시련 속에서 더욱 강해졌다. 자신의 골프인생에 있어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힘들수록 더 노력했고, 그러면서 더 강한 안선주로 거듭났다.

그리고 2014년, 신지애와 안선주는 일본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2009년 신지애의 LPGA투어 진출로 막을 내린 둘의 라이벌전은 그렇게 제2라운드를 맞이했다.

그러나 안선주는 더 이상 신지애의 그늘이 아니었다. 안선주는 올해 3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상금순위 1위(8572만8250엔ㆍ8억6000만원)에 올라 있다. 반면 신지애는 오히려 도전자 입장이다. 두 번의 우승컵을 거머쥐었지만 상금순위 5위(5552만7333엔ㆍ5억5800만원)로 안선주와는 거리감이 있다.

5년 만에 한 무대에서 다시 만난 신지애와 안선주. 세계 최고 자리를 회복하려는 신지애와 신지애의 그늘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일본 정상에 우뚝 서려는 안선주의 눈물겨운 노력이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묘하게 평행선을 그리며 감동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는 둘의 라이벌전은 국경도 나이도 잊게 하는 촉촉한 감동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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